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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와 3불 폐지운동
FTA와 3불 폐지운동
  • 강신익 논설위원
  • 승인 2007.04.09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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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한미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었다. 대통령의 말이라면 무조건 쌍심지를 세우던 수구언론의 입에 침이 마른다. 여러 분야에서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 졌고 따라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업과 같이 경쟁력 없는 산업이 도태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며, 국가경제 전체의 손익을 따졌을 때 크게 이익이 되므로 그런 부작용쯤은 감내해야 한단다.

그것이 정말로 국가경제에 이익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옹호하는 말과 의식 속에는 상당히 폭력적인 논리가 숨어있음을 지적할 뿐이다. 모든 경제주체들의 보호막을 걷어내고 무림의 고수들이 설치는 시장이라는 벌판으로 내모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우리 모두가 겪었던 혼란과 고통의 원인이 바로 자본과 시장이라는 폭력적 장치였고, 그 결과가 심화된 양극화 아니던가. 그렇다면 수구언론이 어째서 그리도 이 협정의 타결을 반기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자유경쟁이란 언제나 힘센 자에게 유리한 게임의 규칙이었으니 말이다.

수구세력의 폭력적 경쟁 논리는 3불 정책의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본고사를 부활하여 학력과 행운의 작은 차이를 더 크게 드러내고, 기여 입학을 허용하여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려내면, 모든 학생을 학력과 재력에 따라 일렬로 세워놓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학생의 학력과 부모의 재력이 대체로 일치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본고사와 기여 입학제는 곧바로 학력을 돈으로 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학력이라는 현상의 작은 ‘차이’가 존재적 ‘다름’으로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21세기가 요구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이라는 덕목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없게 된다. 

본고사와 기여 입학제에는 좋은 학생을 선발해 훌륭한 인재로 키우겠다는 대학의 의지가 전혀 담겨있지 않다. 이미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부가가치가 높아진 상품을 고르듯 학생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투정일 뿐이다. 모든 것을 연구 성과만으로 평가하는 정부와 대학 그리고 우리 교수들의 잘못된 정책과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 우리는 배움과 발견의 기쁨을 만끽하는 학자를 키워내면서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당장 연구에 투입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능인으로서의 학생을 원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이 논쟁은, 대학이 돈이 되는 연구에 만큼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에 투자를 하고 더 많은 교수들이 연구에 쏟던 만큼의 열정을 교육에 쏟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맥락을 찾게 될 것이다.

강신익 / 논설위원·인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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