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1:25 (토)
이원론을 극복하라…앎과 경험은 하나다
이원론을 극복하라…앎과 경험은 하나다
  • 심성보
  • 승인 2024.03.29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자가 말하다_『다시 읽는 민주주의와 교육: 대전환 시대, 삶과 생명의 교육철학』 존 듀이 지음│심성보 옮김│620쪽│도서출판 살림터

교육 불평등·경쟁교육·지방소멸의 한국교육
공동체성·실천성 복원하기 위한 변화 모색

『다시 읽는 민주주의와 교육』은 실용주의적 진보주의를 주창한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1916년)을 옮긴이가 새로이 출판했다. 이 책은 플라톤의 『국가론』과 루소의 『에밀』과 함께 교육자가 읽어야 할 세계적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역자가 새로운 번역하기로 한 이유는 기존의 여러 번역본이 첫째, 옛날식 말투를 현대적인 언어로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듀이의 사상이 가진 공동체성과 실천성을 복원할 필요성 때문이다. 셋째, 교육 불평등·경쟁교육·지방소멸 등으로 교육의 공공성 공동체성의 붕괴를 겪고 있는 한국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시대적 필요 때문이다. 

넷째,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와 협력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하는 데 큰 감을 주기 때문이다. 끝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까지 불리는 현재 상황을 극복할 힘은 개인과 집단을 아우르는 시민적 소양을 복원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교육』의 주요 내용에 관통하는 사상은 이원론적 세계관의 극복이다. 즉 이론과 실제의 분리, 앎과 경험의 분리, 교과와 교수학습법의 분리, 아는 것(인식)과 하는 것(행위)의 분리, 마음과 몸의 분리를 넘어서고자 한다. 과거를 향한 회고적 교육과 미래를 향한 전망적 교육은 대립될 수 없다. 

노동 계급은 끊임없이 사물과 씨름하다 지성이 말라버리기 쉽고, 동시에 유한계급은 노동 훈련으로부터 해방은 됐지만 사치와 나약함의 늪에 빠지기 쉽기에 주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생계 노동과 여가의 기회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배분돼야 한다. 직업교육이 인문교육과 분리되지 말아야 하고, 노동교육과 여가교육은 상호교차하고 중복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문학적·미학적 교과와 기술적·과학적 교과의 양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참 삶을 위한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하고, 그리고 문제 상황에 부딪혀도 견뎌내는 도야의 능력을 기르는 데 두어야 한다. 민주적 사회의 교육목적은 자연적 발달과 사회적·시민적 효율성, 그리고 개인의 교양·인격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존 듀이(1859∼1952)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 로서 학교 제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진=위키백과

그리고 듀이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넘어선 ‘삶의 양식’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역설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투표하고 다수가 지배하는 정부 형태에 머물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사회집단과 계층 사이의 공유된 이해와 풍부한 소통으로 이루어진 더불어 살아가는 ‘연합적 삶’, 즉 참여하고 연대하면서 의미를 나누는 경험의 방식이다. 

따라서 듀이는 교육자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과거의 지혜를 미래 세대의 숙고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야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의 건설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듀이는 학교가 작은 사회이자 시민성을 길러주는 공동체의 장, 삶과 연계된 경험적 재구성 과정을 통해 올바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곳으로 규정한 것에 주목하면서, 학교를 치열한 경쟁 터가 아닌 민주주의 회복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장으로서 어떻게 만들어갈지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심성보 
부산교대 명예교수·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