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7:55 (토)
비트코인이 1억을 찍은 날
비트코인이 1억을 찍은 날
  • 김소영
  • 승인 2024.03.18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깍발이_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우연의 일치로 이번 학기 강의하는 ‘신기술 거버넌스’ 과목에서 비트코인을 다루는 날 비트코인 가격이 국내 사상 처음 1억 원을 돌파했다. 

2009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래 비트코인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최초의 비트코인 가격은 제로였고 2010년 말에야 겨우 30센트에 이르렀다. 2011년에 처음 1달러를 넘어섰는데 2017년 첫 번째 비트코인 광풍에서 거의 2만 달러로 치솟았다. 

2021년 코로나19 와중에 두 번째 몰아닥친 비트코인 열풍에서는 6만 달러까지 올랐다. 두 번의 열풍과 두 번의 크립토 윈터를 거쳐 이번에는 미국 현물상장지수펀드(ETF) 편입 승인과 4월 반감기까지 앞두면서 7만 달러를 훌쩍 돌파한 것이다.

비트코인의 최초 블록인 제네시스 블록에는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9년 1월 3일 영국 <더타임즈>의 1면 헤드라인을 그대로 따온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두번째 은행 구제금융을 앞둔 재무장관”이라는 제목인데, 2008년 금융위기 때 중앙은행 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2008년 10월 5천억 파운드의 구제금융 패키지를 마련해 국민의 세금으로 스탠다드차터드, 바클레이즈같은 대규모 은행을 구제한 것이다.

비트코인 창시자가 지향한 탈중앙화된 화폐 시스템의 이상과는 달리 현재 비트코인은 화폐라기보다 투자 수단으로 발전 혹은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2018년 첫 번째 거품이 꺼졌을 때 비트코인을 “버블과 폰지 사기, 환경 재앙”의 트리오라고 일컬었다. 비트코인 광풍의 투기적 속성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채굴 과정을 비판한 것이다. 참고로 2022년 비트코인 채굴에 든 연간 전력 소비량이 핀란드 전체 전력 소비량을 넘어섰고, 채굴 에너지 67%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떡볶이를 사 먹을 수 있는 주머니 속 현금이 아니라 디지털 숫자로 표시되는 가상자산의 천문학적인 가격은 무척이나 가상적이다. 기술사학자 카를로스 페레즈는 『기술혁명과 금융자본』에서 금융거품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낳는 경향성을 고찰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 산업혁명 이후 다섯 차례의 기술혁명에서 공통적인 사이클은 혁명적 신기술이 나타나는 산업 주변에는 거품이 끼고 생산자본과 금융자본의 괴리가 극대화되면서 결국 광란의 투자 국면이 붕괴되고, 이후 사회적 혼란과 조정기를 거쳐 사회적 제도가 안정적으로 확립되어 기술과 생산, 고용, 금융의 시너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돈을 떡볶이 사 먹는 근로소득으로 마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 번째 비트코인 열풍이 어딘가에서 적재적소의 기술 투자로 이어질지 또 다른 크립토 윈터를 맞을지 궁금하다. 수업을 마치며 학부생들에게 비트코인에 투자한 적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대부분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떴다.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