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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 시대,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구 절벽 시대,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 문애리
  • 승인 2024.03.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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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문애리 논설위원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문애리 논설위원

저출산 쇼크가 심각하다.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줄었다. 이는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인 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를 바탕으로 향후 5년 동안 전국 초·중·고교생 숫자가 100만 명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절벽 앞에 서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인재 수급난을 초래한다.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가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와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로 과학기술 인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술패권 경쟁과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8년까지 과학기술 연구인력은 4만 7천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근래에 이공계 대학원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초저출산 시대 출생아들의 대학원 진학이 본격화되는 2025년 전후로 이공계 석·박사과정생이 지속 감소해서 2050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우수한 인재가 해외로 대거 이탈되고 있는 상황에서 R&D 투자 감소가 이공계 대학의 인력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공계 대학원은 과학기술 인력 육성의 근간이다. R&D 투자를 늘려야 대학원생도 늘어나고 대학 실험실도 돌아간다.

2023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60년까지 성별 경제활동 참가율과 노동시간 성별 격차를 없애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2%p 넘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 인재에 대한 지원 확대가 인재 수급난을 풀어갈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정부 차원에서 과학기술 여성 인재 육성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년간의 노력으로 여성과학기술인의 양적 확대를 이루는 등의 성과를 내었다. 여학생의 이공계 유입이 확대되었으며, 이공계 30·40대 여성과학기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는 등 여성과학기술인의 성장 기반이 보다 확대되었다.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여성과학자의 경력단절 비율, 비정규직 비율이 여전히 높은 현실이며, 제도는 마련되어 있으나 이용률이 저조한 일·가정 양립제도, 낮은 STEM 분야 고위직 여성 비율 등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23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64개국 중 최종 순위 6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동일한 평가 내 여성 연구원 항목은 55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여성 인력 활용 수준이 매우 뒤처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 주소인 것이다. 

인구 절벽 시대에 과학기술인재 수급난을 해소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R&D 투자와 여성과학인력에 대한 지원을 지금보다 더 전폭적으로 늘려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제5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활용 기본계획이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에 새로운 전기가 되길, 대학이 저출생 시대의 과학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요람이 되길 기대한다. 

문애리 논설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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