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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진화생물학’으로 분석한 양심
‘데이터·진화생물학’으로 분석한 양심
  • 박형빈
  • 승인 2024.03.15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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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말하다_『양심: 도덕적 직관의 기원』 패트리샤 처칠랜드 지음│박형빈 옮김│도서출판 씨아이알│320쪽

내면 깊숙이 똬리 틀고 일거수일투족 주시
양심의 형성과 발달 작동원리 이해로 성장

“인간에 대한 물리적 이해와 철학적 이해의 단절은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뇌신경과학과 도덕교육』 82쪽) 무엇이 우리를 도덕적 우월감에 빠지게 하며 무엇이 우리를 자가당착에 놓이게 인도하는가? 이 시대 수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외치고 양심을 논한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기간 많은 철학자들이 양심에 대해 나름대로의 개념 규정을 시도했다. 

혹자는 선험적이라 이야기하고 혹자는 이념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양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탐구를 시도한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니, 거의 없는 듯하다. 아마도 양심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는 형이상학적이고 모호하며 추상적인 개념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러할까? 양심이란 것이 오직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실존과는 거기라 먼 개념일까? 나에게 양심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우리가 누군가에게 해를 가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알지 못하는 마음의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가? 동료들을 위해서 행한 우리의 행위가 이들을 이롭게 하고 그들이 이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할 때, 우리는 알 수 없는 어떤 느낌이나 감정을 갖게 되지 않는가? 혹은 우리가 어떤 잘못된 행위를 하려는 마음이 들 때, 우리도 모르는 마음의 무엇인가가 이를 막아서지 않는가.

다시 말해, 우리의 양심은 우리 내면 깊숙이 똬리를 틀고 앉아 매시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지휘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이것이 바로 양심이라는 것이 우리 안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양심의 순수한 본질이나 본연의 그 모습은 무엇이며 이것은 우리 내면에 어떻게 도래했을까.

내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자신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고상한 이상과 이념을 들먹이지만 종종 정작 우리 자신에게 있어서는 모순과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로 많은 사람들은 그 잣대가 스스로에게 향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심지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프로파간다를 외치기도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양심을 외치지만 실상 그들에게 양심은 매우 애매하고 난해한 용어로 사용된다. 그렇기에 불확실성의 존재인 현 세대에 있어 양심은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우리는 양심을 어떻게 형성하고 작동하는지 궁리할 필요가 있다. 

『양심: 도덕적 직관의 기원』은 도덕적 직관이라 할 수 있는 양심에 대한 연구에 있어 결코 추상성에 기대지 않는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연구와 사례 그리고 데이터 등을 검토해 우리가 양심이라 인식하거나 느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뇌신경과학·진화생물학·진화심리학 등의 관점에서 경험적이고 과학적이며 분석적으로 탐험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론적 접근과 함께 치열하게 철학적인 사유의 작업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은 경험적이지만 동시에 철학적이다.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이다. 통합적이지만 분석적이다. 물리적이지만 정신적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양심의 형성과 발달 작동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 않는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직관의 기원을 둘러싼 뇌신경과학적 발견은 여전히 발전 중이며 많은 부분이 미지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능동적이고 진취적이지만 동시에 신중하고 비판적인 탐험가가 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우리 자신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보다 고차원적 존재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박형빈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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