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덕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_정통철학의 마지막 아성 ‘인간의 도덕성’ 자체를 탐구하다
_신경철학자 패트리샤 처칠랜드가 본 뇌신경과학과 철학의 융합
우리의 도덕적인 감정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처럼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해 날 때부터 선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혹은 순자가 ‘성악설’에서 주장한 대로 본래 악한 인간이 후천적인 배움으로 인해 얻은 인위적인 결과인 것일까?
패트리샤는 이 책 《양심》에서 그 기원을 철학이 아니라 뇌신경과학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인간에 대해 던져졌던 전통적인 철학의 문제를 사실은 뇌과학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인간을 도덕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뇌의 보상시스템과 도덕적 분자인 ‘옥시토신’에서 찾고 있다. 뇌를 단순히 정보판단이나 처리능력의 차원으로 치부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사례와 실험의 결과를 통해 우리 뇌가 도덕적 기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즉, 전통적 철학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질문들에 신경철학적 해답을 제시하며, 과학과 철학의 연결을 시도한 것이다.
패트리샤는 “진화나 뇌와 같은 확고한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채로 도덕을 논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확신에 차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의견의 바다에 떠 있는 상태일 뿐”이라며 현대 도덕철학자들에게 경종을 가한다. 인간의 본성이나 도덕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신경과학’, ‘진화생물학’, ‘유전과학’이라는 실질적이고 적절한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신경과학과 뇌과학이 밝히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뇌와 인간의 마음, 보다 나아가 도덕성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이 책이 정통철학의 마지막 아성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기를 바란다.
우리 인간은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의 도덕성을 철학적 영역으로 치부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관점은 신경과학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양심>은 모든 사회집단이 도덕적 체계를 갖는 이유와 이러한 체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구한다. 신경과학, 유전학, 물리적 환경의 영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뇌가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타인을 돌보도록 구성되어 있는지를 밝히는 동시에 사이코패스의 발생 배경도 탐구한다. 그런 다음 처칠랜드는 도덕성이 세대를 거쳐 어떻게 전달되며 그리고 이러한 도덕성이 모든 사회의 토대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철학의 눈으로 바라본다.
‘자유의지’. 지난 수천년간 철학자들이 열띤 논쟁을 벌여온 주제이다. 과연 우리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가.
이제 이 철학적 논쟁에 뇌과학자와 신경과학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유의지의 근원을 밝히는 것.
오랜 기간 인류의 숙제로 남아있던 자유의지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자유의지의 환상과 그 실체를 밝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길목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