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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지방화시대, 대학의 ‘정치적 전략’ 
고등교육 지방화시대, 대학의 ‘정치적 전략’ 
  • 홍재우
  • 승인 2024.03.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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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홍재우 논설위원 /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정치학

 

홍재우 논설위원 / 인제대 교수

전국의 지방대학은 지난해부터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열풍 속에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방대학 육성뿐 아니라 앞으로 이를 중심으로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1천억 원 사업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교수 사회는 과거 유사 정책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는 회의론, 정부의 각종 숨겨진(!) 의도를 강하게 성토하는 비판론, 대학도 이제 변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넘친다. 어떤 목소리든 경청하고 따져볼 이유가 있지만, 실제 사업을 보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이른바 고등교육의 지방화가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교육자치가 시작된 지 한 세대가 흘렀지만, 고등교육은 예외였다. 대학은 늘 교육부만 쳐다보았다. 대학과 지방정부 또는 지방교육청과의 관계는 제한적이었고 서로에게 큰 관심도 관여도 없었다.

하지만 인구절벽·지방소멸·수도권 집중이 얽히며 무서울 정도로 가중되었다. 이에 대응해 대학이 지역혁신과 정주 조건 개선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다양한 해외사례들이 소개되었다. 결론은 지방도 살고 지방대학도 살기 위해서는 상호 공생 관계가 필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 때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 사업이 시작되었고, 이번 정부는 그 확장판으로 2025년 시작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발표했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이 맥락 속에 일종의 선도 사업으로써 급하게 구상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이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자기만의 해법을 만들고,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연구·산학협력을 위해 대학·지방정부·지역 시민사회가 밀접하게 연결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지방소멸 시대의 바람직한 정책목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대학과 지자체는 서로를 제대로 모를 뿐 아니라, 자칫 예산을 가진 지자체가 대학에 갑질을 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교육부는 부족하나마 대학을 이해하고 있고,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다르다. 무엇보다 정책의 탈을 쓴 지자체장의 정치적 목표, 그리고 일선 공무원의 성과 달성 수단과 도구로 대학이 이용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상적 거버넌스는 수평적인 양방향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될 수 있는데, 현실은 지방정부의 요구를 대학이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수직적 단방향 관계에 가까워질 수 있다. 분권화 정책이 소규모 중앙집권화로 귀결되는 것이다. 지자체장의 수준 높은 비전과 민주적 리더십에 기댈 수밖에 없고 과거 RIS 사업도 최초 그런 조건에서 제안된 것이지만, 사실 현실의 지자체장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은 교육부의 조정과 개입이 필요하다. 글로컬대학30 사업과 RISE사업 속에서 옥상옥이 되거나 지자체에 모든 권한을 넘기는 것보다는 지방정부-지방대학 관계를 적극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지자체장이 중앙정치와 연결될 때 교육부의 영향력은 제한될 것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의 지방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지방대학은 유권자집단으로, 이익단체로, 그리고 지방정부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적 전략 행위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을이 되지 말고, 건설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지역 기업과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지역 시민사회에 얼마나 빨리 깊숙하게 뿌리내리는지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등교육의 지방화시대에 정치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대학의 정치적 전략을 고민할 때이다. 

홍재우 논설위원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정치학

미국 미주리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했다. 경남연구원 원장과 경남평생교육진흥원 원장,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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