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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물화·관념화’ 이분법 넘는다
공간에 대한 ‘물화·관념화’ 이분법 넘는다
  • 강학순
  • 승인 2024.02.16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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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공간의 철학, 그 해석학적 해명』 강학순 지음 | 480쪽 | 푸른사상사

학문적 위치와 노드 정하고 연결하는 공간 해석학
지속 가능한 지구 공간의 미래 문명 위한 철학적 기초

공간 연구는 국내외 철학계에서 시간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천한 상황이다. 철학적인 공간 연구라 하더라도 대체로 총론적인 성격을 띠면서 공간 이론의 역사적인 흐름을 정리하는 교과서적 차원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루는 ‘공간의 해석학’은 과학적·철학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공간론의 지평 융합과 동시에 인문‧사회과학과의 대화를 통해 상호 통합적인 공간 이해를 모색하고 있다. 오늘날 계속 진화하는 과학적 공간론을 비롯해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공간 담론들을 반영해 ‘철학적 공간론의 새로운 버전’이 필요하다.

공간 해석학은 현상학적 해석학을 모델로 삼아 기존의 공간 철학을 재해석하고, 나아가 다양한 공간 해석들에 대한 융합적인 이론을 정립하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공간론의 갈등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해나가는 것이다. 공간 연구에 대한 실증주의적 방법까지도 배제하지 않고 하나의 해석 방법으로 포괄하면서 그것을 지양시켜 나가고자 한다. 

공간 해석학은 갈등하고 대립하는 공간론들을 대화로 소환해 각각의 학문적 위치와 노드(node)를 정해주며 연결하는 융합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에 대한 지평을 열고, 공간을 좀 더 풍요롭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장으로 이끌어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무릇 해석학은 이해와 해석의 조건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대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요소들이 전제되고, 어떠한 사건이 벌어지고,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지가 해석학이 다루고자 하는 주된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공간 해석학의 주요 논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간 해석학의 의미 지반은 몸과 마음을 지닌 인간 존재이다. 둘째, 공간 해석학의 탐구 지반은 공간에 대한 경험적 영역과 이해의 영역이다. 셋째, 공간 해석학의 논리는 ‘설명과 이해의 변증법’이다. 넷째, 공간 해석학은 학문 간 대화와 소통의 논리와 방법을 추구한다. 다섯째, 공간 해석학은 다양한 공간 담론과의 지평 융합을 시도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융합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이 책은 공간철학의 연구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입론으로서, 공간에 대한 철학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공간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과 그것의 원리와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존의 공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해석학을 통해 재해석함으로써, 존재론의 핵심 주제인 공간에 대한 철학적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그것은 기존의 공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해석학의 프리즘을 통해 재해석함으로써 공간론의 갈등과 난제를 일별(一瞥)해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로써 기존의 공간 연구가 가진 한계를 넘어선 공간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공간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따라서 공간 해석학은 융합적 관점을 구성하려는 철학적 매트릭스(matrix)이자, 동시에 일체의 공간 연구에 대한 학문적 플랫폼이다. 

이 책에서는 철학적 공간론과 과학적 공간론 이분법 이전의 차원인 ‘해석학적 장(場)’의 차원, 말하자면 양자가 해석학적 전제를 가지고 있음에 주목하면서 그러한 점을 기초로 논의를 펼치고자 한다. 이로써 과학에 의한 ‘공간의 물화’와 철학에 의한 ‘공간의 관념화’를 넘어설 수 있는 변증법적인 논의 지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공간 해석학은 공간 연구에서의 ‘설명과 이해의 이분법’을 넘어선다. 

일반적으로 설명은 과학의 전유물이고, 이해는 철학 내지 인문학의 전유물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과학에서도 설명과 이해가 작동하고, 철학 안에서도 설명과 이해는 상호 작용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설명과 이해라는 개념도 수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간의 해석학’은 설명과 이해 내지 해석이 상호 침투하면서 교차하고 순환하는 철학자 폴 리쾨르(1913∼2005)의 ‘설명과 이해의 변증법’을 내적인 논리 내지 준거점으로 삼는다. 

말하자면, 더 나은 설명이 더 나은 이해를 낳고, 그 역(逆)도 가능하다. 공간 연구와 해석학 연구를 집대성한 이 연구서는 지속 가능한 지구 공간의 미래 문명을 위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학순
안양대 명예교수·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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