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미래 문명의 비전을 위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공간해석학

우리의 모든 경험은 반드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인간의 삶은 필연적으로 공간과 결합되어 있다.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개인 및 사회로 구성된 인간 생활을 규정하는 존재론적 기반이며, 동시에 세계를 알 수 있는 인식론적 준거가 된다. 특히 공간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삶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공간적 구속에서 벗어나 해방의 공간으로 향하는 자유를 갈망하기에 공간은 인간의 정체성과 자유의 문제와 직결된다.

존재론에 관심을 가지고 존재의 근본 범주인 공간 연구와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해석학적 연구에 천착해왔던 강학순(안양대학교) 교수는, 그간의 연구를 집대성하여 『공간의 철학, 그 해석학적 해명』으로 펴냈다.

공간 문제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이 다루는 공통주제이므로, 학문 간의 융합적·횡단적 사유를 통해 갈등하고 대립하는 다양한 공간론들을 대화의 장으로 소환하여 그것들의 학문적 영역을 재배치하고 연결시킬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학순 교수는 지적한다.

따라서 공간에 대한 융합적인 연구를 위한 이론적 틀로서 ‘공간의 해석학’을 불러온 것이다. 공간해석학은 일반적으로 수학과 물리학 분야 중 하나로서 공간의 구조와 특성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초점을 둔 학문이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공간의 해석학과는 다른, 공간의 철학에 대한 해석학적 해명을 다룬다.

이런 맥락에서 격자화된 과학적·철학적·인문사회과학적 공간 담론 안에 갇혀 있는 개별화된 이론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융합적인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로 출발한다. 공간 존재와 공간의 진리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융합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책은 공간에 대한 철학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음으로써 공간철학의 연구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입론이다. 이를 통해 공간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과 그것의 원리 및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기존의 공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해석학을 통해 재해석함으로써, 존재론의 핵심주제인 공간에 대한 철학적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공간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했다. 나아가 공간 이론 및 공간 실천의 존재론적 토대가 됨으로써 지속 가능한 지구의 미래 문명을 위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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