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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무전공 입학' 가산점으로 사실상 강제
교육부, '무전공 입학' 가산점으로 사실상 강제
  • 장성환 기자
  • 승인 2024.01.30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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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4년 대학혁신지원·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
무전공 비율에 따라 최대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 차이 생겨

교육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무전공(전공자율선택) 입학 정원을 전체 모집 인원의 25% 이상 늘리는 대학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재정 지원을 확대한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대학의 경우 그렇지 않은 곳보다 최대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를 더 가져갈 수 있어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사실상 정부 정책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30일 이런 내용의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교육부 평가를 통과한 대학에 포괄적으로 일반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지난해에 비해 795억 원 증액한 8천852억 원,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1천142억 원 늘어난 5천722억 원이 편성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117개교,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37개교를 대상으로 한다.

인센티브 비중 대폭 늘어…'대학혁신지원사업', 30%→50%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40%→60%로 확대

대학별 지원액은 재학생 수·교육 여건 지표 등 산식에 따라 배분되는 재정 지원 사업비(포뮬러)와 대학혁신 성과 평가 결과를 통해 분배되는 성과급(인센티브)으로 구성되는데, 올해는 인센티브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기존 30%에서 50%로,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40%에서 60%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각각 4천410억 원, 3천426억 원이 대학에 인센티브로 지급된다.

총사업비를 대학 수로 나눠 단순 계산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대학당 평균 37억7천만 원,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92억5천800만 원이 인센티브다. 인센티브는 교육 혁신 성과·핵심 교육 성과·자체 성과 관리 등 3개 영역으로 평가해 등급별로 차등 배분한다. 교육 혁신 성과 영역의 경우 유연한 교육 체제·학사 구조 개편 등과 함께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를 중심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교육부가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에 8852억 원, '국립대학 육성사업'에 5722억 원을 편성했다.(표 = 교육부)
교육부가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에 8852억 원, '국립대학 육성사업'에 5722억 원을 편성했다.(표 = 교육부)

수도권·국립대, 무전공 25% 이상이면 가산점 최대 10점 

특히 수도권 사립대·거점국립대·국가중심국립대는 무전공 입학 학생의 비율이 전체 모집 인원의 25% 이상일 경우 최대 10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무전공 입학생에게 보건·의료 계열과 사범 계열 등을 제외한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경우 가산점 10점을 받게 된다. 무전공 입학 학생의 비율이 25%보다 낮거나 계열·단과대 단위로 모집해 해당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가산점 점수가 깎인다.

가산점 10점은 평가 등급이 바뀔 수 있는 큰 점수다. 성과 평가 결과가 95점 이상이면 S등급, 90점 이상 95점 미만이면 A등급, 80점 이상 90점 미만이면 B등급, 80점 미만이면 C등급임을 감안했을 때 10점은 최대 두 등급도 올릴 수 있다. 이에 따른 인센티브 금액의 차이는 수십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예를 들어 평균 인센티브 금액을 기준으로 가중치가 1.6인 S등급 대학은 60억8천만 원을 받게 되지만 가중치가 0.7인 C등급 대학은 26억6천만 원에 그치게 된다.

기존 성과 평가 지표 '전임교원 확보율' 폐지

아울러 교육부는 기존에 성과 평가 지표였던 '전임교원 확보율'을 폐지하고 대신 저소득층이 더 많은 대학에 더 큰 금액의 지원금이 배분되도록 사업을 개편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100억 원,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200억 원을 각각 '기회 균형 포뮬러 사업비'로 할당한다.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이 높고 소득연계형 장학금인 '국가장학금 Ⅰ유형' 수혜 학생이 많을수록 더 큰 금액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자기 전공에 갇혀 있지 않고 다른 전공과 소통하는 게 필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대학 커리큘럼은 꼭 재구조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교육부는 2025학년도부터 수도권 사립대는 20%, 국립대는 25% 이상 무전공으로 신입생을 뽑아야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대학 사회의 반발이 커지자 무전공 입학 제도 시행 여부에 상관없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지원 금액의 차이를 두는 방향으로 바꿨다.

비수도권 사립대와 특수목적대, 교원양성대는 지역 및 대학별 여건과 특수성을 고려해 재학단계 학생 지원체계 구축, 교육과정 개편 등 대학 전반의 교육혁신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인센티브)을 지원한다.

특히 올해는 교육혁신 성과 영역에서 S등급을 받은 대학을 ‘교육혁신 선도대학’으로 지정해 향후에도 지원을 강화하고, 다양한 교육혁신 사례를 분석‧발굴해 전체 대학들에게 공유‧확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15명으로 구성된 ‘대학교육혁신지원위원회’(위원장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를 구성해 전공자율선택제와 관련된 제반 사안을 논의했으며, 앞으로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대학 사회의 반발로 인해 무전공 입학 제도 시행 여부에 상관없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지원 금액의 차이를 두는 방향으로 바꿨다.(사진 = 장성환 기자)
교육부가 대학 사회의 반발로 인해 무전공 입학 제도 시행 여부에 상관없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지원 금액의 차이를 두는 방향으로 바꿨다.(사진 = 장성환 기자)

"교육부, 재정 지원 무기로 무전공 입학 강제"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러한 방식도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무기로 무전공 입학 기조를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대다수 대학이 16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만큼 수십억 원 차이의 인센티브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정부가 인센티브 차이를 통해 각 대학이 무전공 입학생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면서 "무전공 입학 제도가 활성화될 경우 학생들이 전공보다 대학 간판만 보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대학 내 기초 학문과 비인기 학과가 약화돼 결국 국가 전체의 역량이 떨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 학회장은 "정부가 비수도권 지방대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글로컬 대학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학생들이 무전공 입학으로 대학 간판만 따지게 되면 수도권 대학의 경쟁력이 강화돼 지방대는 더욱 침체될 수 있다"며 "무전공 입학 제도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 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사립대에 이어 국립대까지 재정 지원을 미끼로 무전공 입학 제도를 강제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로 인해 대학은 다양한 전공이 조화로운 발전의 길을 걷는 게 아니라 특정 전공에 편중된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전공이 자주 변한다면 대학은 그에 대응해 교수·예산·시설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대학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무전공 입학 제도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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