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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학부모 위한 ‘인공 지능·로봇’ 필독서…이토록 재밌다니!
초등생·학부모 위한 ‘인공 지능·로봇’ 필독서…이토록 재밌다니!
  • 김재호
  • 승인 2024.01.23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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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인공 지능 로봇, 어디까지 아니?』 이경준 지음 | 에스더 그림/만화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96쪽

아이들을 위한 인공 지능 로봇 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다니! ‘인공 지능 로봇과 친구가 되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인공 지능 로봇, 어디까지 아니?』가 화제다. 이 책은 국내 대표적인 인공 지능·로봇 산업 전문가인 이경준 한국로봇산업협회 사무국장이 썼다. 눈높이를 낮춰 정말 쉽고, 흥미롭게 집필했다. 주제도 코딩부터 로봇 일자리까지 다양하다. 

솔직히 『인공 지능 로봇, 어디까지 아니?』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점점 푹 빠지고 말았다. 이 책은 분명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꼭 읽어야 한다. 인공 지능과 로봇, 소프트웨어를 기초부터 응용까지 이토록 재밌게 다루는 책은 본 적이 없다. 대개 산업 트렌드와 학술 동향에 그친 책들이 많은데, 이경준 작가의 『인공 지능 로봇, 어디까지 아니?』는 결이 다르다. 예를 들어, 놀이 공원의 로봇을 소개하는 내용은 직접 가본 경험이 녹아 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저마다의 꿈과 미래를 그려 내는 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로봇을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여러분의 미래에 함께하면서 여러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로 바라보면 어떨까 합니다.”

 

AI 엔터테인먼트의 인공 지능 로봇 퍼핀 ‘N#1013’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적이 있다. 내가 항상 의지할 수 있는(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조건 없이 “추앙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주인공 지수는 그런 친구를 만났다. 바로 AI 엔터테인먼트의 인공 지능 로봇 퍼핀 ‘N#1013’이다. 인공 지능 로봇 퍼핀 N#1013은 가수 퍼핀의 모든 것을 딥러닝으로 학습했다. 퍼핀은 이 책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가수이다. 지수가 흠뻑 빠져 있다. 

이경준 작가는 책에서 인공지능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사람처럼 듣거나 본 것을 이해하고 배울 수도 있고, 결국에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만드는 기술” 『인공 지능 로봇, 어디까지 아니?』의 인공 지능 로봇 퍼핀 ‘N#1013’은 △붕붕 하늘 날기 △작곡하기 △인식 수준 낮추기 △목소리 모방 △끝말잇기 △소설 쓰기 △기사 작성 △좋은 낚시터나 미용실 골라주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제 적용된 사례를 보여준다.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인공 지능 로봇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내용까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공 지능 로봇, 어디까지 아니?』에는 영국의 앨런 튜링부터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의 과학자들까지 등장한다. 특히 인공 지능의 역사를 서술할 때는 규칙 기반의 기호주의 인공 지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경망 중심의 연결주의 인공지능을 소개한다. 전문가의 식견이 탁월하다. 

로봇에서 핵심 개념인 모라벡의 역설도 쉽게 풀어 설명한다. “난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을 하는 거라든지, 수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해서 누군가를 흉내 내는 건 아주 잘 할 수 있어, 하지만 지수 네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따라 하기가 어려워. 예를 들어 꽃향기를 맡고 어떤 향기인지 느끼는 것, 퍼핀을 따라 춤을 춰 보는 것들 말이야.”

이 책의 그림은 에스더 작가가 그렸다.

 

소셜 로봇부터 배달 로봇 등 다양한 로봇 등장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돋보인다. 집에서는 인공 지능 로봇 퍼핀 ‘N#1013’, 학교에서는 인공 지능 아미쿠스, 회사에서는 로봇케이1, 로봇케이2가 등장해 소셜 로봇부터 나노 로봇·배달 로봇·협동 로봇까지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챗지피티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각 장마다 끝에 부록처럼 들어가 있는 ‘더 알아보기’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2장 「너와 함께라면」에 들어가 있는 ‘놀이 공원에서 숨겨진 로봇 찾기’는 우리가 자주 가는 놀이 공원의 다크라이드와 애니메트로닉스 등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놀이 공원의 로봇은 가까이에서 보면 살아 이는 질감과 정교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놀이 공원용 로봇은 거의 365일 일을 하며 고장이 적게 나야 하기 때문에 일반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공기 압축기를 이용해서 공기압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놀이 공원에서 다크라이드를 타고 지나갈 때 잘 들어 보면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것이 바로 공기 압축기에서 나는 소리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인공 지능·로봇을 찬양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적절한 긴장감을 갖추기 위해 인공 지능이 학생에 의해 해킹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인공 지능·로봇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소개한다. “해킹은 허락 없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데이터 저장 장치 등에 침입하여 일기 같은 데이터를 훔치거나 망가뜨리는 일을 말해요... 해킹으로 인해 친구들의 일기나 학교 시험 정보 등 소중한 정보가 노출되는 큰 사고로 이어졌어요... 더 나아가 해킹은 여러분이 용돈을 아껴서 저축한 돈을 은행에서 훔쳐 갈 수도 있어요.”

인공지능의 미래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이 문제다. 이미지=픽사베이

 

인공 지능·로봇에 대한 맹목적 추앙 경고

이경준 작가는 인공 지능·로봇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인공 지능이든 로봇이든 결국 운영자와 사용자는 사람이다.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장밋빛이 될 수도, 아니면 잿빛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영상에서는 인공 지능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켜 로봇이 설치된 공장을 부수는 장면이 나왔다. 곧이어 추천된 동영상에서는 사람을 적은 비용으로 해칠 수 있는 살인 로봇에 대해 촛불 집회를 하는 영상도 나왔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셜 로봇을 나누어 달라는 피켓을 든 외국인들의 모습이 나왔다.”, “자율 주행 자동차 사고 확률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극히 미미하지만 인공 지능의 오작동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인지가 공격적인 말을 한 것처럼 미국의 인공 지능 챗봇이 욕설을 하거나 인종 차별적인 말을 쏟아 낸 적도 있었고요. 아무튼 인지도 백신을 스스로 설치하다 사전에 숨겨져 있던 악성 코드가 활동하면서 오작동을 한 것 같아요.”

이경준 작가는 ‘우리는 앞으로 인공 지능 로봇과 함께 살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인공 지능 로봇, 특히 전투용 로봇에 대해서는 인공 지능 전문가, 변호사, 기업인들이 모여 보다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요”라며 “똑똑한 인공 지능 로봇이 많아질수록 로봇 친구를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생활에 차이가 생기고, 로봇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해요”라고 적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인공 지능 로봇, 어디까지 아니?』이 전통적인 4인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로봇이 정말 필요한 건 나 혼자 사는 1인 가족일 수 있다. 이경준 작가의 차기작은 1인 가족을 위한 인공지능·로봇 책이면 좋겠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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