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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의 전기·자전’ 편입…불교문학을 확장하다
‘승려의 전기·자전’ 편입…불교문학을 확장하다
  • 김승호
  • 승인 2023.12.22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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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한국 불교서사의 세계』 김승호 지음 | 소명출판 | 840쪽

유가의 엄숙주의와 거리 두기
미학·서사성 성취한 담론 확신

불교문학에 대한 이해는 대체로 막연하고 모호하며 왜곡돼 있는 경우가 많다. 불교신앙의 역사와 더불어 숱한 작품이 축적돼 있음에도 교리나 전교(傳敎)를 지향하는 목적 담론일 뿐이라는 시각에서 불교문학을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명색이 30여 년 동안 이쪽을 연구 과제로 삼아온 사람으로서 방관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성숙한 안내라 자부하기 어려우나 책 간행이 한국 불교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 이제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영역별로 중점 사항을 간략히 소개해 보기로 한다. 

1부에서는 불교문학의 개념·흐름·장르 등을 밝히는 것으로 우선 불교문학에 대한 전체상을 마련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불교문학 전개 양상을 여러 장르·대표작가·작품 중심으로 섭렵하는 것으로 유구한 불교문학의 흐름과 시대적 변이를 소개했다. 

특기사항이라면 기존 논의에서 배제됐던 승전(僧傳: 승려의 전기), 자전(自傳), 어록(語錄: 선승의 언행을 모은 글), 금석문(金石文)까지도 불교문학에 편입시켜 불교문학의 영역을 확장시시켰다. 1부는 특히 한국 불교문학의 역사와 편폭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입문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2부는 불가에서 친숙했던 양식이면서도 문학적 논의가 부재했던 불교 전기(傳記)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사실 승전과 불가의 자전은 그동안 문학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 『균여전(均如傳)』,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 『삼국유사(三國遺事)』 등이 역사 장르로서 승전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주목받지 못해왔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서사체로서 승전은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서는 유가의 전기가 엄숙한 태도로 규범화된 생을 그려내는 데 비해 승전은 종교적 신이관을 바탕으로 생애를 감각적으로 복원하고 있음을 주목했다. 아울러 불가에서는 이른 시기에 자서전의 본령에 다가갔음을 지적한 바, 의천(義天), 천책(天頙)의 서신 등을 예로 고려 시대 이미 불가 자전 작품이 출현했음을 밝혔다.

3부는 불교 설화의 편폭과 담당층에 따른 주제 지향적 특성을 살펴본다. 우선 불교설화 전승의 자료가 의외로 풍성하다는 점을 확인시킨 후, 국내를 벗어나 중국·일본의 문헌에 오른 승려들의 전설을 개괄하고 해외 전승담의 설화 구성, 모티브적 특성을 밝혔다. 또한 해안권 사찰 연기, 금동(金同)전승, 유점사 등 금강산 사찰 설화 자료를 발굴해 유통 양상과 서사 미학적 특성을 추출해냈으며 의상(義湘), 진표(眞表), 도선(道詵), 무학(無學), 사명당(四溟堂)의 인물 전승에서 시대적 변이상과 담당층의 인식 세계를 점검했다. 설화 담당층의 경우, 유가·불가·속가 등으로 세분화하고 사중(寺衆)을 민중과 구별지어 별도의 담당층으로 파악했다. 

4부는 불교소설의 자료 발굴과 함께 시대적 흐름에 따른 발생·흥성·쇠퇴 그리고 주제 지향성을 다뤘다. 『해인사창건설화(海印寺創建說話)』, 『진허가허(眞許假許)』, 『주왕전(周王傳)』등의 자료를 발굴해 모호하게 인식되는 불교전기·불교소설의 수용과 전개과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아울러 캐릭터·독자층을 분석 요소로 지정해 불교소설이 지닌 서사 미학적 개별성과 시대성을 읽어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호귀(狐鬼)·금동(金同)·상좌(上座)·옹고집 등 외도형(外道型) 인물의 기능과 성격을 밝혀 나갔다. 또 수용층에 주목해 불교소설에서의 배경이나 사건 설정이 여성 독자층을 의식한 선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개론·각론적 논의를 통해 저자는 한국 불교문학이 유가의 엄숙주의와 거리를 두면서 나름의 미학과 서사성을 성취한 담론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후 불교문학의 문학사적 의의를 상세화시키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연구자들은 물론 대중들 사이에 불교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승호 
동국대 명예교수·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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