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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움을 잊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
의로움을 잊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
  • 김재호
  • 승인 2023.12.10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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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
전국 대학교수 1,315명 설문조사
‘견리망의(見利忘義)’ 휘호.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예서체(隸書體)로 직접 썼다.

교수들이 선택한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이다. 전국의 대학교수 1,315명이 설문에 응했다. 견리망의는 응답자 중 30.1%(396표)를 얻어 가장 많이 꼽혔다. 

견리망의는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가 추천했다. 김 명예교수는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우리 사회에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견리망의를 선정한 교수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공직자의 개인 투자와 자녀 학교 폭력에 대한 대응, 개인의 이익을 핑계로 가족과 친구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무는 팽개치고 권리만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그래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현직 의원과 예비 후보가 공천권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을 잘 묘사한다”라는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견리망의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각양각색이나,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의와 가치가 상실되어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고 있다”라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오늘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졌다”라는 지적도 뼈아프다.

아울러, 부와 권력 차원에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대변하는 답변도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민들은 더욱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한 이익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인데, 그럴수록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은 25.5%(335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적반하장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말이다. 적반하장을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명예교수(동양철학)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해 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 탓, 언론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3위를 차지한 ‘남우충수(濫竽充數)’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으로 24.6%(323표)의 교수가 선택했다. 남우충수를 추천한 김승룡 부산대 교수(한문학과)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며 “속임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롭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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