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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의 방향을 재설정 하자 … 핵심은 다양성이다”
“교육개혁의 방향을 재설정 하자 … 핵심은 다양성이다”
  • 김재호
  • 승인 2023.12.04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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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독자적 프로그램으로 경쟁력 갖춰야 악순환 해결

우리나라 교육은 정부가 주도하는 점수 매기기 시험인 수능과 수도권 집중 현상, 사회 변화와 유리된 대학교육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번 <철학과 현실> 특별좌담에 참여한 4명의 전·현직 총장은 심각한 현실에 공감하고 교육의 미래를 고민했다. 그들이 총장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사례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교육정책에 대한 지적은 여전한 상태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고려대 총장 때 경험을 말했다. “특목고에서 수능성적이 좋은 학생이 들어오는 것보다 지역 고등학교에서 상위권에 있는 학생이 들어오는 것이 더 좋다.” 특히 관 주도로 수능성적으로 획일화하다 보니 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역설이 발생했다. 그래서 염 총장은 “교육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원을 조정하도록 하고, 그 대신 등록금을 자율화해주겠다는 식의 사회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염 총장이 요구하는 건 한 마디로 다양성이다. “우리 사회 전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고나 의식, 그리고 행동에 있어서 다양성이다.” 그는 “모든 게 지(智)에만 쏠리게 됐다”라며 “그래서 덕(德)과 체(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식만 있으면 성공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현 교육 문제를 지적했다. 그 원인은 정교화한 지식을 시장 논리에 따라 더욱 정교하게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착각한 사교육의 방향성이다. 

규제와 지원 차원에서도 문제다. 염 총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정부에서 투자는 엄청나게 해주고 규제는 세계적인 기준으로 풀어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투자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규제는 교육의 공익적 특성이라는 것을 내세워 권위주의 시대의 규제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직장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대학교육

대학교육과 사회 요구와의 부조화는 심각하다. 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받은 교육과 대학에 들어와서 받은 교육 그리고 대학의 문을 나서서 사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과정 사이의 부조화가 매우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졸업생의 30% 이상이 대학에서 공부한 것과 직장에서 일이 전혀 관련 없다는 걸 지적했다. 나머지 70%도 대학교육이 하는 일과 일부 관련이 있다고 해도 크게 쓸모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 원인은 수능이다. “교육 과정 사이의 부조화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에 대해서 하루빨리 과단(果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치원 의대반과 수도권 의대 쏠림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는 편집인의 말을 통해 의대 쏠림과 교육부의 문제를 지적했다.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의대 입시반은 의대에 가서도 지속된다. “전국 의과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이 비수도권 소재 의대에서 발생한다.” 

문제의 핵심에는 교육부가 있다. 이 명예교수는 “신뢰의 부재가 한국 교육을 지속적인 위기로 내몬 핵심 원인”이라며 “그 중심에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교육 당국이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새로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손댈 때마다 증상은 더 나빠지니, 교육부가 아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우리 교육 당국은 ‘무정책의 정책’(5·31 교육개혁의 자율성·책무성·다양성=본래의 목적으로 되돌아가 교육개혁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을 과감히 실행할 정도의 힘도 용기도 결단력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별좌담 사회를 본 이 명예교수는 교육의 다양성을 제안했다. 그는 “교육의 목표와 교육과정 자체가 다양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대학이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악순환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교육열 억압하는 건 국가경쟁력에 불리

그렇다고 교육열 자체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교육열이 금지되거나 억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왜냐하면 교육이 곧 국가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국력이나 국가 경쟁력에서 중국보다 우월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이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결국 대학교육은 국가 생존경쟁력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사회에서 역량 중심 교육, 연구개발 사업화 체제로의 유도, 학과 간 벽 허물기 등이 추진 중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교육을 위해서다. 부 총장은 “사립대는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하고, 국립대는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라며 “국립대는 기초 연구, 중장기적인 과제연구라는 분명한 임무를 주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책무성도 더 신장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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