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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총장 4명이 말하는 교육...“수능은 망국적 현상”
전·현직 총장 4명이 말하는 교육...“수능은 망국적 현상”
  • 김재호
  • 승인 2023.12.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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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현실’ 특별좌담 ‘대한민국의 교육을 논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망국적 현상이다.” 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신소재공학·전 포스텍 총장)는 최근 계간지 <철학과 현실> 138호(2023년 가을) 특별좌담 ‘대한민국의 교육을 논하다’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특별좌담에 참여한 전·현직 총장 4명은 고등교육 문제의 뿌리가 결국 수능에 있다고 비판했다. 

백 명예교수는 총장 시절 경험을 소개했다. “포스텍이 제공하는 교육은 서울대가 실현할 수 없는 좋은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10명이 합격하면 9명이 서울대로 가고 1명만 남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바로 수능 점수의 힘 때문이다. 수능 전에는 포스텍을 가려고 했으나, 수능 이후 점수가 서울대 의대를 갈 정도가 되면 이탈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스텍은 수능을 없앴다. 백 명예교수는 “입학한 학생들의 졸업 성적과 입학 당시 수능 성적을 비교해 봤다. 그 상관관계는 0이었다”라며 “여전히 점수를 가지고 학생을 배정하는 사태를 묵인하는 우리가 너무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전 고려대 총장)은 “대입정책은 전부 다 줄을 세워서 객관화시킨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대학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관제 고등교육, 관제 대학입시는 안 된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통한 입시를 보여준 한동대를 언급했다. 한동대는 자체 철학을 갖고 선교사 자녀를 중심으로 선발한 결과, 서울대·연세대·고려대와는 전혀 다른 범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염 총장은 “한동대의 모델이 확산되는 것이 21세기에는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도 “배치표에 의해서 대학에 가는 후진적인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잔존하고 있다”라며 “국가 주도에 의한 병폐에도 기인하겠지만, 이런 게 가능하게 된 데에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 총장은 “지역대학의 입장에서는 입학 자원의 급감 때문에 사실은 선발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어서, 실질적으로는 거의 모집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전 계명대 총장)이자 <철학과 현실> 편집인은 이번호에서 「‘방향을 잃은 개혁’이 교육을 망친다」를 썼다. 이 명예교수는 킬러 문항으로 수학능력 시험을 왜곡시킨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사망으로 불거진 ‘교권 침해’는 “모두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 입시와 직결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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