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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전문대학 ‘글로컬대학’을 꺼내는 방법 
주머니 속의 전문대학 ‘글로컬대학’을 꺼내는 방법 
  • 조훈
  • 승인 2023.12.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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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전문대학 글로컬대학 추진방안을 제안한다
조훈 서정대 교수(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전문대학 RISE지원단장)

 

조훈 서정대 교수

2023년 글로컬대학 신청에 108개 대학이 94개 혁신기획서를 제출했다. 15개가 예비선정됐고 지난 11월 13일 그 중 10개가 본 지정이 됐다. 글로컬대학 지정평가위원회는 ‘구체적 실천 가능성 있고, 지역 혁신 기관들과 협력체계가 명확하고, 지역과 지역 내 다른 대학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방안을 담고 있는 실행계획서’를 높게 평가했다고 발표했다. 

선정된 대학들의 선정 사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혁신과 벽 허물기’이다. 혁신은 미래를 위한 준비와 기존의 틀을 바꾸는 개혁 여부에 평가의 방점을 뒀다.

벽 허물기란 말을 살펴보면 더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학 내의 벽’ ‘대학 간의 벽’ ‘대학과 지역 간의 벽’ ‘대학과 산업과의 벽’을 허무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지·산·학 활동을 의미한다. 

전문대학이 철저히 소외된 이유

하지만 대학 혁신의 큰 흐름을 끌고 갈 1기 글로컬대학 선정에 132개 전문대학은 철저히 소외됐다. 그 이유가 뭘까? 3가지 이유를 들고 싶다. 

첫째, 전문대학 내부의 문제이다. 아무리 교육부가 문을 열어놔도 내부의 자원이 일반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기능이 부족하고 학제가 단순하고 인적자원 구성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지방정부 인식의 문제다. 글로컬대학 선정에서 중요한 선정 요소 중의 하나가 지방정부와의 협업이다. 지방정부와의 협업은 곧 지방정부의 대학에 대한 투자의지를 말한다. 지방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전문대학은 투자를 통한 성장보다는 흡수를 통한 통합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 평가구조의 문제이다. ‘혁신과 벽 허물기’에서 전문대학이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한계가 있다. 벽 허물기는 한쪽의 구애가 아니라 ‘줄탁동시(啐啄同時)’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지역 등 외부 협력 구조를 받아내기가 힘들다.

많은 전문대학이 ‘글로컬대학’신청서 제출을 주머니 속에서만 만지작거리다 가장 중요한 ‘실천 가능성’에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는 웃픈 현실이다.    

내년도 제2기 글로컬대학 선정을 앞두고 전문대학은 고민이 많다. 2024년 1월에 사업 공고, 4월에 예비 지정, 그리고 7월에 본 지정하는 일정이다.

벌써 많은 고민과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지역·기업 등과의 세부 협업 구조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혁신기획서’가 진도를 못 나가는 이유는 ‘실현 가능성’에서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설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부의 자원만을 가지고 혁신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전문대학 글로컬대학 추진 방안 3가지

그렇다면 만지작거리고 있는 주머니 속의 사과를 꺼낼 방법이 없을까? 3가지만 제안하고 싶다. 

첫째, 하나의 전문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가는 ‘혁신기획서’를 담기에는 내부 역량과 외부 협력체계 구성이 어렵다. ‘협력대학’ ‘메타대학’ ‘연합대학’과 같은 형태의 실질적인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지역의 정주 인력과 부족직업군에 대한 생산인력 양성을 위한 ‘인력양성 FARM’과 같은 ‘화수분 대학’을 만들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두 번째,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주 정부의 단위가 큰 국가의 경우와 우리나라의 17개 시도 광역체제는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초광역으로 전문대학 간 ‘벽허물기’가 가능한 구조가 진행해야 한다. 초광역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부족 인력 산업과 지역 정주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글로벌 캠퍼스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세 번째, 글로컬대학으로 가기 위해 전문대학은 자기의 아까운 살을 기꺼이 내놓아야 한다. 학교 전체를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개 학과 또는 한개 계열을 개방형 플랫폼으로 내놓고 그 학과와 계열의 모든 학사와 교육과정 운영은 플랫폼의 거버넌스에 맡겨야 한다.

혁신은 가지려고만 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혁신은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할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게 혁신이기 때문이다.

조훈 서정대 교수
현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과 전문대학 RISE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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