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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국제화 20년, 학생의 ‘학습’에 주목하다
대학 국제화 20년, 학생의 ‘학습’에 주목하다
  • 김규석
  • 승인 2023.11.15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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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국제화의 메가 트렌드
학생·지속가능성·국제 이동·질관리·대학 역할에 주목

국내 고등교육에서 ‘국제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0여 년이 흘렀다. 여전히 글로벌 대학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화두다. 최근에는 원격·가상·뉴노멀 등 새로운 차원의 ‘탈경계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이 디지털 기반의 ‘국제화’를 최우선 정책 의제로 삼아 전략적 이니셔티브와 준거를 설정하고 있다. 필자는 ‘고등교육 국제화 연구’의 큰 흐름을 텍스트마이닝으로 분석해 큰 틀에서 동향을 살폈다. 

우선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 ‘higher education’을 키워드로 산출한 약 1만2천 건의 결과를 두고, 결과 내 검색 기능을 활용해 (1)international (2)global로 각각 검색해 산출된 데이터를 전수 조사했다. 이를 위해 파이썬으로 논문 제목과 키워드를 크롤링했으며, 수집된 자료로 텍스트 빈도 분석 및 시각화 작업을 했다. 또한 고등교육 국제화 현상은 대체로 2000년대 이후에 본격화됐으므로, 2003년부터 2022년까지 20년을 범위로 설정했다. 해당 기간을 1기(2003~2012년)와 2기(2013~2022년)로 구분해 기간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에서 ‘higher education’ 검색 결과 워드 클라우드(2013~2022)

텍스트 빈도 분석 결과, 국제화 동향 연구도 고등교육 연구 일반적 속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tudent’, ‘Learning’, ‘Study’, ‘Development’와 같은 학생의 학습활동 관련 키워드가 가장 많았다. 이는 ‘고등교육’이라는 키워드가 가지는 학습자 중심, 학생 개발, 배움 등의 특징이 국제화 연구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1기와 2기 모두 ‘Student’와 ‘Learning’이라는 단어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지만, 2기에서 해당 단어의 출현 비중이 현저하게 컸다. 이는 ‘학생’이라는 연구 주제가 차지하는 관심의 정도가 1기에 비해서 훨씬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팬데믹 기간 전면·비대면 또는 하이브리드 수업이 활성화하면서 학생의 국제적 이동성,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학생의 적응, 학습효과, 만족도 등 주제가 새로운 관점에서 매우 활발하게 연구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시기별로 국제화 연구의 주요 키워드 변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1기에는 없었던 ‘Sustainability’, ‘Covid’, ‘Mobility engagement’, ‘Quality’, ‘Role’ 등이 2기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

Sustainability’라는 단어는 근래 고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라 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 지난 10년 동안 눈에 띄게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Covid’는 팬데믹이 고등교육 분야 전체에 불러본 영향을 보여준다. ‘Mobility’는 팬데믹이 국제 학생 이동(international student mobility)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코로나19가 불러온 물리적 접촉 제한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Quality’라는 단어가 떠오른 것은 지난 10년 동안 국제적 수준에서의 고등교육의 질 관리·보장 체계에 관한 학계의 관심이 증가했음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Role’은 고등교육 국제화 20년을 거치면서 대학의 존재와 역할이 무엇인가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고등교육 국제화 주요 어젠다를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첫째, 학생의 ‘학습’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전 세계 고등교육이 학생의 국제적 이동성과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의 적응, 학습 효과, 만족도 등을 연구함으로써 학생의 학습 경험을 총체적으로 개선하는 데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주제로 두드러졌다는 점을 고려해 지속가능성과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전략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혁명과 산업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역할 재정립’ 논의가 필요하다. 대학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역할을 자처해야 하며, AI·빅데이터, 산업 수요 등과의 연계를 통해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코로나19 이후 ‘국제 학생 이동성 변화’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학생 모집 전략과 온라인 교육 모델의 조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국제 교류 및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상기하면서, 앞으로의 정책과 방향성을 재검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팬데믹 이후 앞으로의 10년, 어떤 키워드가 고등교육 국제화의 중심에 있게 될 것인가.

김규석 고려대 교육학과 박사과정
고려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교육학과 교육행정·고등교육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0년부터 성균관대 국제처 등의 부서를 거치며 고등교육 국제화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2017년부터 한국뉴욕주립대에서 전략기획팀장과 입학팀장으로 근무했다. 2012년에는 풀브라이트 스칼라로 선정돼 국제교육행정전문가 연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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