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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되는 ‘치안관리법’에 대한 중국내 반향
개정되는 ‘치안관리법’에 대한 중국내 반향
  • 조대호
  • 승인 2023.10.23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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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학은 지금_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박사과정

얼마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판공청 사이트에는 ‘치안관리처벌법’(수정초안)(이하 치안관리법)에 대한 전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그 글은 삽시간에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은 삭제되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밝힌 의견은 모두 블라인드 처리를 당했다.

개정되는 ‘치안관리법’의 내용은 공공장소에서 중화민족정신과 정서를 손상시킬 수 있는 것을 입거나 패용하는 행위(치안관리법 34조 2조항)와 중화민족정신이나 정서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제작·전파·선전·살포하는 행위(치안관리법 34조 2조항)의 두 조항에 대한 것이었다. 위법행위에 대한 벌금의 기준도 200~300위안에서 1천~3천위안으로 대폭 상향됐으며, 5일에서 15일까지 구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었다. 모두 기존 조항에 내용을 추가하거나 강화한 것이었다.

중화민족정신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중국에서 법을 전공한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개정안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예를 들면 중국청화대학의 형법학 勞東燕 교수는 “34조의 제2,3조항은 삭제해야 타당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勞東燕 교수는 세 가지의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첫 번째, 모든 사람은 동일하지 않은 이해와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경찰이 무슨 권리로 어떻게 중화민족정신과 정서에 위반되었다는 사실을 판단할 것이며, 어찌 이를 법률상의 처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에 의문을 던졌다. 두 번째, 처벌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행정권력이 남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관민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고 격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다.

세 번째, 국가가 중화민족정신을 제창할 수는 있겠지만 법률상으로 공민의 일상생활과 심지어 입는 옷마저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勞東燕 교수는 2022년 중국의 방역정책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가 자신의 웨이보가 정지된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많은 네티즌들 역시 ‘치안관리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상해에 거주하고 있는 袁씨 성을 가진 변호사는 “담사동, 양계초, 노신, 柏杨들은 중화민족 정신의 기둥을 마련한 지식인들인데 이들의 저술에는 과감히 중국의 전통민족정신을 타파하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마저도 잡아들여야겠는가?”라고 밝혔다. 모 네티즌은 이제는 남경에서 일본식 복장도 입을 수 없으며, 자칫 일본 제품을 이용하거나 일본 음식을 먹었다가는 구류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치안관리법 수정이 일상생활 속에서의 안전을 위한 것이고, 일부 정치분자들을 제외한 일반 선량한 시민이 법을 저촉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라고 수정안에 대해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필자가 보건데 이번 치안관리법의 수정도 공안국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과잉충성이 아닌가 싶다. 평소 시진핑 주석은 지역 시찰을 나갈 때 수 십 차례 중화민족정신을 강조한다. 아마도 공안국에서 그런 사실에 너무 신경을 쓴 결과일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시진핑이라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의 지배체제 아래 모두가 충성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년의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주석의 말을 흔들림 없이 강력한 방역정책을 실시했던 蔡奇(북경시 당서기)와 李强(상해시 당서기)은 현재 모두 국가 권력 서열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 있다. 아마도 개정된 치안관리법은 초안에 불과하다지만 사실상 추가적인 수정이 없이 본 안 그대로 법제화가 될 것이다.

지금 중국 내부의 정치 상황은 소련의 스탈린 시기 예조프와 베리야, 한국의 박정희 시기 차지철과 김재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절대 권력 아래에 있었던 2인자들의 말로는 항상 좋지 않았다. 역사가 반복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중국의 여러 중앙 고위직 인사들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것을 본다면 이들도 충분히 전철을 따르게 되지 않을까?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영역은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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