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6:50 (토)
“한국 민주주의 위기, 함께 추구하는 보편 가치가 없다”
“한국 민주주의 위기, 함께 추구하는 보편 가치가 없다”
  • 김재호
  • 승인 2023.10.23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기 분단·휴전체제 하 한국 민주주의의 성공과 위기’
경남대 K-민주주의연구소, 13일 제1회 학술대회 열어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한국 시민들이 더불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과)는 지난 13일 경남대에서 열린 ‘장기 분단·휴전체제 하 한국 민주주의의 성공과 위기’에 대한 학술대회에서 「영성 없는 진보」를 발표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위기에 대해 김 교수는 “더불어 이루어야 할 목표가 존재하지 않을 때, 정치는 맹목적 권력 투쟁으로 치닫게 되고, 이 권력 투쟁이 국가의 해체를 추동한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타자의 비판이 한갓 타자의 부정에 머물러 적극적 자기 형성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야말로 현재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경남대에서는 경남대 K-민주주의연구소 제1회 학술대회인 ‘장기 분단·휴전체제 하 한국 민주주의의 성공과 위기’가 열렸다. 이날 한국의 민주주의의 형성 과정과 한계·과제 등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사진=경남대 K-민주주의연구소

김 교수는 진보세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한 가지 결정적인 지점에서 국가형성에 실패했다. 정치의 민주화가 경제의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치의 민주화 이후 경제 권력을 민주화해야 한다는 것이 진보 진영 내에서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라며 “노동자 경영권과 기본소득과 같은 제도가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정치권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공론장에서 보편적인 의제가 되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휴전 70주년·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개소한 경남대 K-민주주의연구소(이하 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산업화·민주화의 성지이자, 세계사적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한 현장이기도 했던 창원·경남지역에 연구소가 설립됐다.” 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정은상 경남대 교수(자유전공학부·러시아어학)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다른 연구소와 차별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남대는 3·15민주의거의 발상지이자 부마민주항쟁(10.18)·6월 민주항쟁의 중심지이며, 우리나라 최초 수출자유지역과 동남공단이 위치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 부소장은 “‘진영논리에서 탈피’하여 ‘민주주의 위기 극복의 대안’을 찾겠다는 큰 포부를 지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한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정치사)는 ‘왜 한국 정치학은 마(馬)·창(昌)·진(鎭)을 주목하는가?’에 대해 “이곳은 김주열(金朱烈) 열사의 넋이 살아 숨 쉬고, 1979년 부마항쟁의 함성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마산·창원·진해의 합병은 “작은 정부로 가는 첩경이며 지역 패권을 청산하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는 한국 현대사의 과제에 대해 「한국전쟁과 전후 체제의 극복: 평화체제로의 인식과 실천」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오늘날 남북관계는 한반도 문제의 극히 일부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제문제로서의 한반도 문제가 남북관계 내지는 통일문제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측면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냉전 시대, 탈냉전 시대에 이은 세 번째 구조변동 시기인 탈세계화 시대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깊이 고구할 때가 도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