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21:10 (일)
새로운 유전자형 만드는 야생동물…“포괄적 감시 필요”
새로운 유전자형 만드는 야생동물…“포괄적 감시 필요”
  • 김재호
  • 승인 2023.10.17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생동물 감염병, 종간 전파를 막아라
14개 국가 연구기관·국제기구
전문가 모여 협력 체계 논의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신종감염병의 약 70%는 동물에서 유래하고 있다.” 최영기 충북대 의대 교수(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는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열린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정책원탁회의’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만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야생동물 매개 감염병이 만연하고 있다. 특히 최 교수는 인구 증가에 따라, “1명의 감염병 환자가 내일이면 100만 명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안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등 20세기에 세 번의 팬데믹이 모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야생조류에 의한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돼지는 조류와 인간의 중간 숙주로서 유전적 혼합 용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돼지와 조류에 대한 감시가 더욱 중요하다. 

최 교수는 진드기로 인해 중국·한국·일본으로 전파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호주·미국·북미까지 확산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래서 최 교수는 “진드기 몸 속에서 복제·변이된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에 의해 신변종 감염병으로 전염될 수 있다”라며 “종 사이 전파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야생동물이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형을 만들 수 있다”라며 “질병 X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주최하는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정책원탁회의’이 열렸다. 이날 모인 14개 국의 전문가는 각 지역별 야생동물 관리 현황을 발표하고 국제협력을 모색했다. 사진=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동물 감염병, 아·태지역 협력체계 구축

이번 정책원탁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중국·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의 국가 연구기관과 국제기구 전문가가 참여했다. 야생동물 감염병에 대한 포괄적 감시·관리 체계 구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미국·베트남·일본·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캄보디아·호주·중국·태국·유엔식량농업기구(FAO)·세계동물보건기구(WOAH)·국제자연보전연맹(IUCN)·아시아야생동물보전의학협회(ASCM) 등이 모였다. 

회의를 주최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신동인 원장은 “야생동물 매개 질병의 가축과 사람 간 종간 전파를 막기 위해 조류인플루엔자‧ASF‧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에 대한 과학적 진단과 분석을 해왔다”라며 “아·태지역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람-동물-환경의 통합적인 질병관리인 원헬스(One Health)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나선 슬리먼 미국 지질조사국 야생보건 과학자문은 “바이러스의 변이와 진화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라며 “그렇기에 글로벌 파트너십에 기반 한 정보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통상적인 감시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온라인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대중에게 공표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야생동물 감염병 연구에서는 지리적 형태의 분석을 통한 감염병 생태학과 모델링이 중요하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강점은 연구개발의 파이프라인이다. 실험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미생물학·독물학·야생동물 백신 등 감염병 관리 도구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모여 있다. 이를 위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인프라도 확장하고 있다. 슬리먼 과학자문은 “우리의 전략적 계획은 글로벌 보건과 환경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야생동물과 환경 보건을 완전히 통합하고 인간-동물-환경 건강에 대한 결과를 최적화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종간 전파로 인해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는 야생동물 질병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 사진=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일본 사회 위협하는 멧돼지 출몰과 돼지열병

일본의 멧돼지 관리 전략도 눈길을 끌었다. 일본 국가 농업·식품기구인 NARO의 축산과 초목 과학연구소의 수석과학자인 시케키 히라타 박사는 “일본에서 멧돼지의 분포 지역은 1978년에 비해 2020년 약 2배로 넓어졌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의 중심인 서부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일본은 약 70%가 산림이고 굴곡이 많다. 이 때문에 맷되지의 피해 관리, 서식지 관리, 개체수 조절 등을 위해 펜스를 많이 쳐 놓았다. 

히라타 박사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멧돼지의 포획 수는 6배나 늘었다. 많은 농부들이 사냥 자격증을 취득해 덫 등을 이용해 멧돼지를 도태시키려고 한 것이다. 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60대 이상 노인들이 사냥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다. 영리하지 못한 새끼 멧돼지가 덫에 자주 걸리고 있다. ASF 등 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개체 수 조절과 백신 처방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백신 주입은 사냥과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다. 거리와 지역을 감안해 백신·덫·마취 사냥 등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다. 히라타 박사는 일본 사회에 도래할 심각한 문제는 돼지열병이기에 정보 수집·백신 개발·국제 협력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감염병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고, 국가 간 연대와 공동 대응을 위해 정책원탁회의 운영방안과 선언문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야생동물 질병 관리에 관한 선언문’을 도출했다. 선언문에는 △포괄적 감시체계와 조기경보체계 구축 △과학적 진단 및 분석 추진 △정보 공유하기 △교육과 훈련 △이해관계자에 대한 존중 △국제협력 강화 △지속 가능한 야생동물 감염병 관리 추진 등 7가지 정책 방향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야생동물 감염병의 체계적 관리를 강조하고, 환경·농림·축산 분야의 사회경제적 피해 최소화에 대한 의지 등도 담았다.

종간 장벽 뛰어넘는 야생동물 질병
국가간 경계 허무는 국제협력 필요

호주의 야생동물 관리 정책 발표에 따르면, 야생동물 질병 발생 수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8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3·2014년에는 1천110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9·2020년에는 951건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큰장수앵무의 조류 클라미디아증, 왈라비의 풍토성 리슈만편모충증, 파충류한테 발견되는 신종 곰팡이 질병 등이 있다. 이런 질병이 종간 장벽을 넘어 전파될 수도 있다. 주머니쥐에 물린 상처와 긁힌 자국으로 인해 사람에게서 인수공통질환인 야토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7월 31일부터 8월 25일 사이에는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조류인플루엔자 변이가 호주 농장 6곳에서 발견된 바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제주=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