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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가는데 왜 오송역으로 가야 할까
세종시 가는데 왜 오송역으로 가야 할까
  • 정인관
  • 승인 2023.10.1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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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발견_『오송역: 이상한 분기역의 비밀과 오차 수정의 길』 전현우 지음 | 이김 | 328쪽

정책적 오차의 상징이 된 호남고속선의 오송분기
공식 자료에만 의존해 사후적 상상력만으로 추정

자문이나 발표를 위해 종종 세종시를 방문한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45분쯤 걸려 오송역에 도착, 그곳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30여 분을 더 가야 비로소 세종청사에 도착한다. 심지어 국책연구단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오가는 사이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역을 만들어 놓은 거야”, “도대체 세종역은 언제쯤이나 생기려나”처럼 불만 섞인 질문을 던져본 사람이라면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의 이 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저자는 전작인 『거대도시 서울 철도』(워크룸프레스, 2020)로 이미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호남고속선의 오송분기(오송역)가 어떻게 현실화되었는지 그 역사적 흐름과 조건을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검토하는 시간의 폭은 무척 넓다. 

20세기 초반 경부선의 부설부터 해방 후 석탄산업의 발전과 충북선의 역할, 지역균형 발전과 고속철도 계획의 수립, 행정수도 이전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에 걸친 역사적 흐름은 때로는 우연적으로, 때로는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오송역이라는 (충청북도의 입장에서 보면) ‘성공적’인 결과물로 귀결됐다. 물론 이 과정은 어떤 지역, 대표적으로 충남 공주에 있어서는 실패와 쇠락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처럼 철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흥망성쇠를 그려내는 과정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등장한다. 물론 그중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충북이다. 저자는 1989년 발표된 고속철도 계획에서 충청북도의 경부고속철도 본선 배제라는 충격이 어떻게 그로 하여금 집단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하게 만들었는지 상세하게 그려낸다. 이러한 대응은 지역 간 연합과 배제, 배신, 협박을 아우르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그 긴 과정(오송분기역은 2005년 확정)에서 충북출신의 명망가들뿐만 아니라 김종필·노무현·박근혜·이명박 등 굵직한 정치인들의 이름이 등장하며 이들이 자신이 속한 정치집단의 이해관계나 나름의 신념을 구현하는 과정이 오송역의 탄생 과정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송역은 수많은 정책적 ‘오차(의도와 나타난 결과의 차이)’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저자는 정책의 성공과 실패는 모두 관점에 따른 신화이기 때문에 이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의 세종시-오송역 복합체를 점차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면 그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실제로 저자는 호남-충청-강원을 연결하는,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제시된 X축 구상을 포함해 충북이 제시했던 ‘왜 오송역이어야 하는가’의 논거가 지닌 한계를 반박하고 있다. 

일단 실현된 정책이라고 해도 잘못된 부분은 지속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이러한 ‘오차수정’의 관점에서 저자는 보다 효율적인 철도연결의 안을 제시한다. 또한 오송역 선정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역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비효율을 가져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중립적 관점”을 지닌 “강제력 있는” 주체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는 중앙부처를 포함한 감시위원회의 설립 제안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 책은 글의 맨 앞에서 묘사한 “불만의 여행”이 얼마나 복잡한 정책/정치여정의 결과였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남는다. 공식적 자료(오송백서와 보고서, 언론보도)에만 의존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머지 부분은 사후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암투’들이 상당 부분 상상력에 기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철도가 가져온 문제의 해결 방법(오차수정)까지도 철도의 추가적인 부설을 통해 해결하려는 관점 역시 다소 한계로 다가온다. 

물론 오차수정의 내용에 역 주변의 개발과 같은 부분도 포함돼 있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되거나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지는 않다. 저자가 이론적으로 활용하는 정책흐름모형을 책의 앞부분에 소개한 뒤 그것에 맞춰 논의를 전개했다면, 동일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재의 구성보다 조금은 더 깔끔한 형태를 갖추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정인관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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