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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붕괴와 기후안정, 그 갈림길에서
기후붕괴와 기후안정, 그 갈림길에서
  • 임인재
  • 승인 2023.10.04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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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지구인을 위한 안내서』 | 빌 맥과이어 지음 | 이민희 옮김 | 양철북 | 208쪽

지구가열화·기후붕괴의 시대…향후 10년 가장 중요
기후변화에 결정적으로 영향 미친 이산화탄소 농도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추상적인 환경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위험문제이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실증적으로 제시하면서,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행동을 즉각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선 ‘지구온난화’는 너무 안일한 단어라고 지적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지구가열화(earth heating)’, ‘기후붕괴(climate breakdown)’와 같은 단어를 써야 한다고 역설한다. 앞으로 1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사실 이 책은 ‘기후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기후변화에서 비롯되는 폭염·폭우·홍수·산불 등 이상 기상현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며, 이로 인해 식량부족·질병창궐·난민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올해 한국에서는 오랜 가뭄으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6월의 한낮 기온은 35도까지 치솟았다. 이에 앞서 2003년 유럽 전역에서는 수일간 이어진 폭염으로 7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0년에는 러시아·북미·동유럽·중동·중국 등 4~6월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6월 20일, 캐나다 남부 작은 마을 리튼의 기온은 섭씨 49.5도를 기록했다. 타는 듯한 더위가 일으킨 산불로 이 마을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저자는 이러한 이상 기상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기후변화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하기보다, ‘기상이변이 잦아진 온실 세상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기후변화를 더 나빠지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저자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피해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그건 바로 산업화 이전(1850∼1900)과 비교했을 때,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기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1.5도가 되려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가량 줄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추세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은 14%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안에 ‘1.5도 이하 가드레일’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20년 안에 평균기온은 2도 이상 상승할 것이다. 2021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도 초과는 막을 수 없으며, 아마도 2.3도까지 오를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IPCC 6차 보고서의 초고배출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지구 평균기온은 20년 안에 2도 상승을 넘어설 것이며, 2081∼2100에는 3.6∼4.4도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기온이 오른 지구의 기후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지구 기후의 변천사를 설명하며, 지구 기후변화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인은 이산화탄소 농도였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구의 기후 패턴을 고려하면 지금쯤이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250ppm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2021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에 이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대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2070년대 혹은 더 일찍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560ppm(이 수치는 산업화시대 이전의 약 두 배)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까.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아무도 모른다고 답한다. 기후·자연·사회·경제 사이의 상호작용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기후계의 관성, 양의 되먹임 현상(피드백)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훨씬 넘어섰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할지라도 즉각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탄소배출량을 얼마나 크고 빠르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앞으로 10년간 세계 지도자들이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에 따라 2100년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2100년 영국 런던의 모습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기후붕괴를 막지 못해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질병이 창궐하고 판자촌이 있는 암울한 런던, 최대한의 노력으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평온한 런던. 우리가 어떠한 미래를 맞을지는 지금 우리가 행동하는 것에 달려있다.
 
임인재 기자·언론학 박사 mimo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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