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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워라밸'을 추구해야
'성장하는 워라밸'을 추구해야
  • 김병희
  • 승인 2023.09.25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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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요즘 대학생은 워라밸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란 신조어는 1980년대 영국의 여성해방 운동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가사와 직업을 병행하던 여성이 근무 시간의 탄력적 운영과 출산 휴가를 원하면서부터 워라밸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워라밸의 기본 취지는 노동 시간 동안에는 열심히 일하게 하고 노동 시간 이외에는 일을 시키지 않는 노동 시간의 최적화에 있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비용을 아끼고 노동자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지난 9월 18일, 한국고용정보원은 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 가치를 15세 이상 5천786명에게 물어본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다.  20대 이하는 ‘일과 삶의 균형’, ‘경제적 보상’, ‘직업 안정’ 순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50대 이상에서는 ‘직업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일과 삶의 균형’은 후 순위로 밀렸다. 이 조사 결과에서도 젊을수록 워라밸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워라밸이란 단어를 따져보면 일이 먼저 나오고 삶은 나중에 따라온다. 그런데 워라밸을 오해하는 대학생은 삶이 먼저고 일을 나중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직장과 삶을 철저히 분리해서 퇴근하는 오후 6시 이후가 자신의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일은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 정도로 하고 휴식과 웰빙만 추구하려는 대학생도 많다. 현대 사회에서 균형이 정말 중요하지만, 워라밸을 일과 생활 사이의 극단적 분리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인생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처럼 뜨거운 순간은 없다. 대학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웰빙과 휴식은 노력한 뒤에 찾아오는 보상이며, 진정한 워라밸은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대학 시절은 워라밸을 실천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그 첫걸음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일과 삶의 균형은 시작점에서부터 존재하지 않고 노력하고 성장한 다음에 누리는 보람이다. 그 균형을 찾기 위해 먼저 일에 몰입해 보면 휴식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대학 생활은 자라나는 시간이자 자신을 발전시키는 시기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보다 먼저 자기 계발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워라밸을 마음껏 즐길 그날이 올 것이다. 워라밸은 단순히 휴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만족과 성취를 느낀 다음에 삶의 균형점을 찾는 균형이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열정의 가치를 체감하고 휴식도 더욱 가치 있게 느끼게 될 것이다.

직장을 시간 채우면 월급 주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직장인이라면, 직업인은 직장에서 업(業)에 대한 소명을 갖고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다. 워라밸은 모두에게 권장할만한 소중한 가치라고 할지라도, 직업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직장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점점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직장인을 택할 것인가, 직업인을 택할 것인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해당되는 문제다. 만약 지금 인생의 시작점에 서있는 대학생이 직장인을 택하겠노라고 말한다면, 그대들 앞에 기다리는 것은 암울한 미래밖에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삶의 질이나 휴식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휴식과 웰빙,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다음에 느끼는 달콤함이 더 크다. 일을 피하려는 자세는 워라밸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일에 몰입한 다음에 삶의 질을 찾는 것이 진정한 워라밸이다.

건물주가 그렇게 부러운가? 일은 안 하는 것 같은데 월세는 꼬박꼬박 받는 건물주가 그토록 부러운가? 지금의 건물주든 그의 아버지든 아니면 그의 할아버지든, 셋 중 하나는 정말로 열심히 일한 결과 지금의 건물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다시 강조한다. 일과 휴식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이 워라밸의 진짜 본질이다. 성경 말씀에서도 일하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라고 했다. 일이란 단순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아니다. 일은 사람이 성장하고, 배우고, 만족을 느끼는 수단이다. 사람은 일하는 과정에서 삶의 그림을 더 크게 그릴 수 있다. 일하며 배우고 경험하면서 삶의 균형을 찾는다 해도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다. 지금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이익으로 돌아온다. 진정한 워라밸이란 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느껴지는 ‘성장하는 워라밸’이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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