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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포럼’을 제안한다
‘판문점 포럼’을 제안한다
  • 이영기
  • 승인 2023.09.2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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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베를린에서 DMZ로』 이영기·명지대 미래정책센터 공저 | 명지대학교출판부 | 282쪽

한국전쟁의 상징인 장소에서 이끄는 북한의 변화
정치·경제·사회의 체제 비교와 교육이 이끄는 통일

독일 통일의 교훈은 무엇보다도 독일 헌법전문에서 볼 수 있듯이 독일의 자결권을 통해 통일을 이룩하였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인간의 자유·인권을 내세웠던 1975년 헬싱키 의정서다. 적극적 대화와 협력, 분단의 불신 관계를 신뢰관계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평화적 자유통일로 향하는 길이다. 그것이 전제가 될 때, 정의·번영·평화가 보장된다. 다른 하나의 교훈은 독일 통일의 전제조건인 안보의 확립이다. 

안보 우선은 국가가 외부의 침략이나 위협 또는 그로 인한 공포·불안에서 벗어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유행어가 될 정도다. 또한 아데나워(1876∼1967)의 자유의 길을 열기 위한 서방 정책, 브란트(1913∼1992)의 접근으로 냉전과 분단을 극복했던 동방정책, 그리고 콜(1930∼2017)의 역동적인 통일정책은 상호보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러한 독일 통일의 교훈은 향후 우리의 자유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룩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매년 1월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과 2월에 열리는 뮌헨 안보포럼과 마찬가지로, 필자가 제안하는 ‘판문점 포럼’은 77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전쟁의 상징인 판문점을 택한 이유는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고,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라는 생각에서다. 이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함으로써 한국의 통일 문제는 단순히 남북한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판문점 포럼을 시작으로 독일처럼 정치·경제·사회에서의 체제 비교를 통해 그 우월성을 보여주는 교육이 절실하며, 통일의 의지와 체제를 강조해야 한다. 우리의 통일을 위한 모든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영기 전 명지대 독일 및 유럽연구센터 소장은 ‘판문점 포럼’을 제안했다. 사진=위키백과 

독자의 흥미를 돕기 위하여, 독일 유학에 관해 짧게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는 1965년 서울을 떠나 홍콩으로 가, 배를 타고 동남아·인도양·수에즈운하·지중해를 거쳐, 마르세유까지 한 달간 항해했고, 그 후 기차로 함부르크까지 갔다. 이 경험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나는 함부르크대와 베를린 자유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박사학위에서 ‘한국전쟁에서 이승만의 외교정책’을 논하며, 독일의 아데나워 총리와의 비교의 기회를 가졌다. 

그 후 필자는 32년간 독일과 한국을 오가면서, 대학에서의 강의와 더불어 독일 통일의 교훈에 관한 학술대회를 많이 가졌다. 특히 1996년의 명지대와 함부르크대 간의 공동세미나에서 독일 전 총리 슈미트의 교훈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베를린에서 DMZ로: 독일 통일의 교훈, 자유 평화 통일』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끝으로 특히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통일 교육에서 정치·경제·사회의 체제 비교를 통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진정한 의미와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이·학생에게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 속에서 통일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를 심어 주는 작은 불씨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영기 
전 명지대 독일 및 유럽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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