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4:30 (토)
차라리 대학에서부터 ‘3요’ 훈련을 시키자
차라리 대학에서부터 ‘3요’ 훈련을 시키자
  • 김병희
  • 승인 2023.08.29 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이걸요?” “제가요?” “왜요?”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질문 세 가지다. 자신이 납득해야 업무 지시를 받아들인다는 MZ세대의 ‘3요’ 질문을 조심하라는 ‘주의보’도 나돌고 있다. 상사가 업무를 지시하면 MZ세대 직장인은 3요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상사의 업무 지시에 조용히 따랐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업무의 지시-수용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기업은 물론 공공 조직에서도 직원들이 3요 질문을 하고, 부서 간 협조가 필요한 업무에서도 3요를 내세우는 직원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세대나 관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스(yes) 문화’에 젖어 살아온 윗세대는 자꾸 따져 묻는 직원의 태도에서 싸가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고 당황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MZ세대가 생각하는 3요의 개념은 다르다. 그들은 개인의 성향 차이 때문에서가 아니라 업무를 애매하게 지시하는 상사 때문에 3요 질문이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업무 분장이 분명하지 않거나 갑자기 발생해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직원의 질문 태도를 문제 삼을 것인지, 상사의 지시 내용을 문제시 할 것인지, 어떤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3요 질문에 대한 시각차가 발생한다.

3요 질문은 각각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이걸요?’는 자신의 업무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위해 묻는 질문이니 업무에 동기를 부여해달라는 뜻이다. ‘제가요?’는 여럿 중에서 자신이 그 일을 해야 하는 타당성을 묻는 질문이니 업무의 적합성을 알려달라는 뜻이다. ‘왜요?’는 자신이 그 일을 맡아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달라는 질문이니 지시의 합리성에 가깝다.

그런데 기성세대 입장에서 3요 질문을 바라보면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일도 쌓여있는데) 이걸요? (다른 사람도 있는데) 제가요? (제가 하던 업무가 아닌데) 왜요? 기성세대들은 3요 질문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결국 3요 질문은 모든 것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그러니 3요 질문을 자주 하는 직원을 건방지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상사가 업무의 정당성을 설명하면 직원이 이해하니 더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난다며 3요 질문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극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급한 업무도 있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업무도 있는데 어떻게 항상 업무의 정당성만 추구할 수 있을까? 혹시 정치적 올바름에 가까운 주장이 아닐까?

극찬하는 의견은 부분적으로 옳을 수는 있겠지만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 3요 질문이 일을 하지 않으려고 뺀질거리는 방편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현재의 대학생에게 적용해보자. 지금의 대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 선배의 태도를 보며 3요 질문을 입에 달고 살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세태라면, 차라리 대학생 때부터 3요 훈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졸업시키면 어떨까 싶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강의 시간에 3요 질문을 일상화하자는 뜻이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아마도 12년 동안의 암기식 교육에 길들여진 탓이리라. “이걸요?” “제가요?” “왜요?” 학생이 강의 시간에 3요 질문을 입에 달고 산다면, 그토록 바라도 잘 이루어지지 않던 상호작용 교육이 가능해질 것 같다.

학생이 ‘이걸요?’라고 물으면, 교수는 이 과제를 하고 나면 조금 어렵게 느껴졌을 이론과 학설을 확실히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답하면 된다. 학생이 ‘제가요?’라고 물으면, 교수는 다른 학생 말고 너에게 더 적합한 과제니까 너 스스로 해볼 필요가 있다고 답하면 된다. 학생이 ‘왜요?’라고 다시 반문하면, 교수는 이론을 현실적 맥락에서 설명할 실제 사례를 가장 잘 찾을 사람이 너라고 생각하니까 그렇다며 합리적 이유를 말해주면 된다. 

마더 테레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함께 큰일을 할 수 있다.” 대학생도 나와 당신이란 대립 개념을 넘어 ‘우리’라는 가치에 공감하며 3요 질문의 긍정적 맥락을 충분히 배워야 한다. 그런 다음에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