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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산처럼 교수와 학생을 챙겨주는 대학 정책
양우산처럼 교수와 학생을 챙겨주는 대학 정책
  • 김병희
  • 승인 2023.07.24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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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양우산’(陽雨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양산과 우산 겸용이라 필요에 따라 바꿔 쓸 수 있는 양우산은 국지성 호우가 잦은 장마철에 특히 쓸모가 있다. 접으면 크기가 작고 휴대하기 쉽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양우산을 찾는 이유다.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 비를 막아주고, 햇볕이 따가우면 양산이 되어 자외선을 막아준다. 비를 피하고 싶은 사람이나 햇볕을 피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바로 양우산이다. 

양우산처럼 학생과 교수를 모두 만족시키는 대학 정책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그동안의 대학 정책은 교수의 처우나 자존감은 도외시한 채 지나칠 정도로 학생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학생 중심의 대학 정책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신도가 없는 교회에는 구제할 영혼도 없듯이 학생이 없는 대학에 전수할 교육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대학 정책이 과도할 정도로 학생 중심으로 치우치는 과정에서 교수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낄 만큼 고려 대상에서 밀려나버렸다. 학생 중심 정책을 실행하느라 교수의 업무량은 늘었지만, 교수에 대한 혜택에 대한 고려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에서 어떤 정책이나 제도를 새로 도입하면 교수는 힘들고 학생만 좋은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다. 교수들이 대학을 “학생 천국 교수 지옥”이라 부르는 것은 대학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양산과 우산의 기능을 합친 양우산처럼, 교수도 좋고 학생도 좋은 대학 정책을 실행할 방안은 없을까? 교수에게는 혜택을 제공하면 안 되는 것일까?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교수에게도 좋은 대학 정책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이제부터라도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양우산 대학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학생 중심의 교육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교수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교수에게 보상을 제공하면 자신에게 맡겨진 교육 프로그램을 마지 못해 관리하는 대신 더 능동적으로 ‘가동’할 것이다. 예컨대, 급여 인상을 비롯해 추가 연구비 지급이나 승진 같은 혜택이 뒷받침된다면 교수는 학생 중심 정책을 더욱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학생에게 돌아가는 교육의 질도 결국 높아질 것이다. 교수의 수고를 인정하고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문제를 그래서 고민해야 한다. 

다음으로, 교수가 새로운 교육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필요한 행정 업무를 대폭 줄여야 한다. 지금은 10년 전에 비해 교수의 행정 업무가 두 배 이상 늘었다. 불필요한 형식적인 서류도 많다. 학생을 위한 교육 자료를 만들고 편집하고 배포하는 과정을 간소화하면 교수의 행정 업무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교육 자료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행정 업무도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교수의 직업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면 교수도 학생을 만날 때마다 더 밝은 표정을 짓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학생 중심의 교육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교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교수는 타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학생 중심의 교육 과정에서도 교수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하는 이유다.

자율성을 보장해줄수록 교수는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며,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알맞게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것이다. 교수법이나 교육 전략을 마련할 때도 교수 자신의 성향에 알맞게 자율적으로 기획하도록 해주면 일괄적으로 강제할 때보다 성과가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교수도 사람이다. 언제까지나 교수의 노력과 희생만으로 학생 중심 교육을 끌어갈 수는 없다. 교수에게 혜택을 제공하면, 교수는 학생에게 교육적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교수 자신의 직업 만족도도 높아진다. 학생에게는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고, 교수에게는 직업 만족도를 높이는 양우산 같은 대학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우산과 같은 교육 정책은 비나 햇볕처럼 예측할 수 없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지속가능성을 지향해야 한다. 학생과 교수 모두가 기쁘게 참여하는 정책이라야만 지속가능하다. 대학 정책 관계자들이 양우산의 쓸모를 이모저모 살펴 보기 바란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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