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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올림픽과 스포츠정신
[대학정론] 올림픽과 스포츠정신
  • 논설위원
  • 승인 2001.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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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0 00:00:00
새 천년 지구촌 첫 스포츠축제인 시드니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제27회 올림픽은 한반도기 아래 동시입장한 남과 북에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분단 반세기에 걸친 대결과 갈등을 화해와 공존으로 바꿀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와 우호 증진을 내건 올림픽정신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정치선전과 상업주의로 점철된 현대의 올림픽이 과연 스포츠의 참 뜻을 제대로 옮기고 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냉전체제의 붕괴이후 이념대결의 장으로서 올림픽의 왜곡은 사라지고 있지만 장사판으로서 올림픽의 변질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스포츠 정신을 내걸고 있지만 국제주의의 표방아래 국가와 민족의 각축도 여전하고, 재정후원이란 명분아래 자본과 기업의 횡포도 크다.

이번 올림픽 개최국인 호주만 해도 그렇다. 시드니올림픽이 겉으로 내세운 인류 평등과 조화가 무색하게 호주는 아직도 원주민에 대한 지난날의 차별과 억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호주의의 기치아래 무리하게 자행된 동화정책이 가져온 원주민의 자아상실은 그들을 ‘빼앗긴 세대’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금 구호와 실체 사이의 간극에 좌절한다.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생활의 한 부분으로 정착돼있다. 시민이면 거의 모두가 여러 운동경기의 참여자이자 관중으로서 자기발견을 통해 삶의 공유를 체험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스포츠가 사회통합의 기능에 의해 全지구화의 와중에서 나타나는 성, 세대, 인종, 계층, 종교, 민족에 따른 차이와 편견을 좁힐 수 있다고 믿는다. 올림픽이 바로 그 마당이다. 그러나 올림픽이 날이 갈수록 국가 중심으로 치러지면서 스포츠는 국민 동원과 지배 방식으로 퇴색하고 있다. 다양한 세계인들의 제전으로서 올림픽이 영웅의 탄생을 통해 전해주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는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기엔 아직 멀기만 할 뿐이다.

민주주의가 시대정신이 되고 있는 금세기에도 스포츠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愚民化의 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스포츠의 정치화와 상업화 속에서 시민들은 현실 사회문제에 대해 색맹이 되고 건전한 비판의식을 잃는다.

현대 스포츠는 자본에 의해 賣買되고 권력에 의해 糊塗되고 언론에 의해 共鳴되는 상품으로 쇠락하고 있다. 과연 놀이문화로서 스포츠 본래의 자아실현, 기회보장, 규칙준수, 공통경험이라는 의미가 살아 있는지 회의적이다.

우리는 그 동안 우민화정책의 소산으로 스스로 스포츠강국이란 허위의식에 빠져있어 왔다. 그러나 프로스포츠가 대중화된 나라에서 선수협의회조차 인정되지 않는 것이 한국 스포츠의 현주소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딴다고 스포츠선진국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회체육을 바탕으로 스포츠향유권이 국민 모두에게 보편화되는 나라가 스포츠선진국이다.

내후년에 치뤄질 월드컵의 성공 여하는 시민중심의 공동체적인 스포츠문화의 창달에 달려 있다. 문화축제로서 월드컵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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