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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고등교육 재구조화로 이어져야
교육개혁, 고등교육 재구조화로 이어져야
  • 김경화
  • 승인 2023.06.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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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ing).’ 한 때 유럽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대사이다. 이 인상적인 문구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더욱 많은 사람들을 드라마에 몰입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것을 현재 대학이 처한 상황에 적용하면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는 안성맞춤인 내용이 된다.

아직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지만 대학가는 이미 끝나지 않을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현재 비수도권 대학의 상황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일극화에 따른 청년인구의 유출, 15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에 따른 극심한 재정 압박, 수도권과의 경제수준 및 문화 격차의 악화 등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고 소멸시킬 그 겨울이 주는 역설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차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충격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국립대보다 사립대, 일반대보다 전문대에 차별적·집중적으로 가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리고 시간차는 있겠지만 수도권 대학·국립대·일반대도 마찬가지로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겨울’을 마주쳐야 하고 그 엄혹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모든 대학의 운명은 결국 “함께 사느냐 아니면 순차적으로 죽느냐”하는 선택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선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현 정부는 교육분야 국정과제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내걸었다. 향후 지방정부가 지역의 특성에 맞도록 교육개혁을 주도하고 지역에 부합하는 대학의 육성과 발전을 행할 수 있도록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더불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글로컬대학 30’ 사업이다. 지난 3월 초 발표한 7개 라이즈 시범사업 지역 선정과 함께 현재 진행되는 글로컬대학 추진을 통해 우리는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지역사회와 산업의 수요를 고려해 도전 의식과 혁신 의지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경계를 허물고 담대한 변화를 추진해 혁신하고자 하는 ‘비수도권’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 선도대학으로 육성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글로컬대학 혁신의 성공사례를 창출·확산하고 전체 대학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30개 내외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1개교당 총 5년간 1천억여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글로컬대학’으로의 방향은 모든 대학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많은 대학의 구성원들이 적지 않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혹여 이 사업이 사실상 지역거점 국립대나 공립대, 대규모 사립대 등에게만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을지의 ‘편향성’ 문제와 그로 인해 비수도권 대학의 ‘새로운 서열화’와 구조조정의 ‘가속화’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대학 구성원들의 그런 현실적인 우려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 대안을 제시해야만 향후 ‘글로컬대학 30’ 추진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해 어떤 보완이 필요할까?많은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하듯이 대학교육의 기존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고등교육체제를 혁신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와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와 관련된 일이다. 국민에게 교육의 동등한 기회와 질적 평등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은 이를 통해 헌법이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평등권(헌법 제11조), 교육기본법상 학습권(제3조), 교육의 기회균등(제4조) 등을 보장받게 된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데아에도 부합하는 것이며, 헌법정신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신문>이 지난 4월 실시한 ‘윤석열 정부 대학개혁 정책 인식조사’에서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대학개혁 정책 가운데 정책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강화’였다. 77.5%의 교수들이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응답자 622명 중 일반대 교수가 528명으로 84.9%에 달한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대 교수뿐 아니라, 일반대 교수들에게도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무엇보다 일반대와 전문대의 역할 구분과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점, 일반대는 학문·연구 중심으로, 전문대는 직업교육 중심으로 고등교육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고등교육 재구조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재구조화와 관련해 큰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직업교육법(안)’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은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등 학제를 기준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중 고등교육법 제28조는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법 제47조는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률상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반대와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의 정체성이 여전히 모호하고, 교육목표도 혼재되어 있다. 양질의 직업교육이나 평생교육이 어려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직업교육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고등교육기관 간 중복성 해소와 청년실업 완화 등이 기대된다. 또한 이를 토대로 고등교육체제를 학문연구 중심대학과 직업·평생교육 중심대학으로 교육기관별 기능에 따라 재구조화하면 전문대 등이 고등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정체성을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향후 체계적인 양질의 직업교육을 학령기 학생이나 성인학습자 등에게 더욱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직업교육법 제정을 통해 5년 기본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며, 직업교육기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제고될 것이다. 

교육부는 올 초 연두 업무보고에서 ‘교육개혁,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이라는 슬로건 하에 2023년을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러한 의지와 노력으로 대학 구성원과 힘을 합쳐 학령인구 급감과 인구절벽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교육관계자들은 교육발전을 위한 통섭적 정책을 제시하고,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대학소멸·지역소멸·국가소멸의 격랑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바란다.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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