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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국민과 싸우는 후진 대통령
선진 국민과 싸우는 후진 대통령
  • 안상준
  • 승인 2023.06.05 08: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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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안상준 논설위원

대통령이 국민과 싸우고 있다.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을 번번이 재의에 부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고 든다. 21세기에도 용공과 이적의 혐의로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권력기관의 작태가 스멀스멀 부활하는 기미가 보인다.

언론에 비치는 대통령의 표정에는 짜증과 분노가 묻어 있고, 그의 언사는 특정 국민을 향한 메시지로만 읽힌다. 국민을 정치적으로 갈라쳐 대권을 쥐고 미국 사회를 처절하게 양분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며, 전 지구적 민주주의의 위기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의미를 되새기면, 국민과 싸우는 대통령은 헌법을 무시하며 국정을 수행하는 셈이다. 7년 전 이 땅에는 국정을 농단한 세력이 드러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불행한 헌정사가 펼쳐졌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국민의 희생이 바쳐졌는데 대통령의 권한을 참칭하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해 한겨울의 맹추위를 녹이는 촛불시위는 이 땅에 아직도 불의에 항거하는 시민정신이 스며있음을 입증했다. 그 정신의 추동력으로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을 수사하고 기소한 중심인물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런데 정의의 아이콘처럼 보였던 검사 출신 대통령이 국민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권력을 쥐면 사람이 달라지는 걸까, 아니면 검사 나리 이면에 숨은 권력욕을 드러내는 과정일까?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의 정무적 판단 착오와 무기력한 국정운영 능력이 너무나도 아쉽게 다가온다.

부처님 오신 지난 주말에 참으로 귀한 구절을 읽었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취하면 성격이 거칠어지고 정신이 흐트러져 있다가도 남에게 비난을 들으면 원망하고 미워한다. 그리고 깨어나면 스스로 깨끗함을 내세우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자기 허물 듣기를 꺼리며, 남에게 비난을 들으면 화를 낸다.” (『백유경』)

부처님은 참는 자가 용기 있는 대장부이고, 꾸지람을 감로수 마시듯 하는 자가 지혜로운 자라고 하셨다. “성내는 마음은 사나운 불꽃보다 더 무섭다. 항상 막고 지켜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성냄은 공덕을 빼앗는 가장 큰 도둑이다.”(『유교경』) 무릇 대통령의 화가 사나운 불꽃보다 더 무섭게 나라를 불태울 기세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집권 2년 차를 막 지나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40%대로 올랐다는 여론조사에 한껏 고무된 듯 보인다. 노동자 국민의 집회에 불법 딱지를 붙여 적으로 간주하고, 국정의 비판자는 국익을 침해하는 자로 몰아붙이는 공세의 결과라면 참으로 부끄럽다. 국격도 국익도 평화도 내팽개친 외교전략으로 특정 국민으로부터 지지라면 한없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부끄러움의 옷은 모든 장식 가운데 으뜸간다. …… 항상 부끄러워할 줄 알고 잠시도 그 생각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만일 부끄러움을 버린다면 모든 공덕을 잃게 된다. 부끄러움을 아는 자는 착한 법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짐승과 다를 바 없다.”(『유교경』) 참으로 준엄한 일갈이다.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아량과 포용의 통합정치로 돌아가길 바란다. 나는 확신한다. 설령 대통령의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국민은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바란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기조가 21세기에도 통용되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면서도,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 삼성 광고가 번쩍거리면 한국인의 내면을 감지하는 느낌과 흡사하다.

무릇 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야당에 손을 내밀어 민생을 챙기고, 반대 세력의 비판을 수용하여 국민의 뜻을 청취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대통령이다.

안상준 논설위원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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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석 2023-06-07 15:04:03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은 더민당이요 이들과 내통하는단체들 뿐이오. 포용? 입법 폭주를 하는 깡패같은 자들에게. 손을 내밀라고? 그대는 당신을 이유없이 때리는 깡패에게 아무조건없이 화해의 손을 내밀수 있소.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은 전부 궤변이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소리요.

신준석 2023-06-07 15:01:04
글쎄올시다. 귀하의 의견에 공감하지않소. 입법폭주와 떼쓰기로 요구하는 법을 만들면 그외 많은 국민이 고통 받기때문이오. ‘싸운다’는 표현의 근거가 이미 폄협한 사고에서 비롯된것으로 보이오. 이익에 몰두하는 일부 국민의 요구를 비판없이 수용하지 않을 권한을 다른 선량한 국민들이 위임한거요. 학자로서 주장하는 바에 책임을 지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