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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 그러나 인문학 있어 훈훈하네
고단한 삶, 그러나 인문학 있어 훈훈하네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6.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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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제주지역 대학·사회단체가 마련한 ‘제주 희망 대학’


하루 세 끼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인문학은 과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제주지역 대학, 사회복지단체, 종교 단체가 빈민들을 대상으로 ‘제주희망대학 인문학과정’을 개설하고, 지난 22일 입학식을 개최, 26일부터 서귀포 제주대 연수원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저소득계층, 이주여성과 한부모가정 등 30명 정도의 인원이 인문학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오는 12월 말까지 1, 2학기에 걸쳐 운영된다.

인문학교육과정은 1학기(6월 26일~9월18일)에는 ‘현실과 철학’, ‘한자와 글쓰기’, ‘예술사’를, 2학기(10월 9일~12월 29일)에는 ‘인간과 철학’, ‘작문’, ‘역사’를 가르친다. 특강으로 연극과 현장실습 및 견학도 포함됐다. 강사진으로는 제주대 하순애(서양철학)·윤용택(과학철학)·허남춘 교수(고전시가), 제주교대 강술생(예술사)·김은석 교수(서양사), 제주산업정보대학 심규호 교수(중국문학비평) 등이 참여한다.

강좌 관련 교재비와 실습비는 무료이고, 수업기간 중 학생들의 자녀 보육 및 공부방도 무료로 운영된다.

제주희망대학 인문학 과정은 빈곤층의 인문학 전도사인 얼 쇼리스에 의해서 1995년에 창시된 ‘클레멘트 코스’에 기반한다. 클레멘트 코스는 인문학으로 빈곤층의 성찰적 사고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자립과 자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통해 운영된다. 실제로 멕시코 원주민 1천4백 명이 거주하는 히스토키 마을에서 1997년부터 2년 코스를 밟은 결과 스페인어 대신 마야어를 쓰게 됐고, 지역 정치인과 교사를 배출했다. 얼 쇼리스 표현에 의하면 멕시코 원주민들은 “세상을 바꾸는 위험한 시민”이 됐다.

심규호 제주산업정보대 교수는 “글읽기, 글쓰기 등의 인문학이 자기를 반추하고 격려하는데 큰 힘을 줄 수 있다”며,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도 이를 통해 희망을 붇돋아 줄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또, “교수로서,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 동안 내 스스로 그들을 소외시켜 온 것에 대해 반성하고 치유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선 기자 dreame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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