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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학, 비전공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해외 한국학, 비전공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 김필영 강남대
  • 승인 2006.06.19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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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_해외한국학 지원, 이렇게 본다

▲김필영 강남대 교수, 국문학 ©
현재 런던대나 셰필드대 등 한국학이 잘 되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학자를 양성해야 한다. 최근 옥스포드대 사건처럼 대학에선 별로 관심도 없는데 한국 정부 유관기관에서 유명세만 믿고 강의개설을 하려고 하니 폐강되는 사태가 생기는 것이다. 명문대에 집착하는 한국 사람들의 지극히 편협한 한국적 발생이라고나 할까. 옥스포드대에 한국학 강좌가 생겼다는 의미 외에는 유럽 한국학 발전에 도움이 된 것이 거의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 유관기관들은 모두가 명문대 위주로 우선 지원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그들의 표현으로 ‘거점 대학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으로 잘 되고 있는 한국학 과정이나 강좌를 망치기까지 한다. 각 지역에서 이미 한국학을 하고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있으면 그곳을 우선 지원하고 또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순리인데 말이다.

해외 한국학의 선구적이고 대표적인 학회인 ‘유럽한국학회’가 70년대 말에 설립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까지는 연구성과가 사실 수준에 미달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기에 들어서면서 지역 출신 박사들이 배출되고 연구성과가 축적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독창적인 우수한 연구성과들이 가끔 발표되기도 한다. 이것은 아직 해외 한국학 연구 수준이 미비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면이다.

 
연구 성과의 수준이 낮은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해외 한국학 강좌의 강사나 교수가 ‘한국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남의 책이나 읽어서 대충 가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도 전공 강좌가 아닌 것을 가르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니 학생들이 뭘 제대로 배우겠는가. 한국 정부 유관기관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들을 ‘자세히’ 보면 그저 숫자 불리기 급급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관계자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여 어디에 어떻게 재정 지원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도 진정한 학자보다는 어용학자들이 판을 치고 한국학 관계 일을 몇 년 취급하여 해외 한국학 사정에 풍월을 읊는 ‘인간들’이 특히 한국학 지원이나 발전에 큰 해가 되고 있다.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도 소모적일 뿐 전반적인 내용이 알차지 못하다. 학자 양성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이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한국학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지역 출신 학자들은 한국어학 능력이 부족해 한국에서 나온 연구 성과들을 두루 적용하지 못하는 형편이고, 한국 출신 학자들은 진정한 한국학자가 아니니 (프랑스를 예로 들면, 프랑어를 전공하고 아니면 단순히 한국인이란 이유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여러 한국학 과목을 강의한다) 당분간 이럴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교과과정은 총체적이고 못하고, 쓸데없는 과목이 들어가거나 아니면 전공 과목명을 걸어놓고 강의는 엉뚱한 것으로 한다. 이러니 전공 교재를 집필하거나 편찬하는 문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국문학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아직까지도 해외 대학에서 “한국학자연하는” 한국 출신 선생들이 한국 전통시조가 한 줄이 3·4, 4·4조로 구성되고 전체 字數가 45자를 넘지 않는다고 가르치는 웃기는 현실을 연출하고 있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한국학을 지원하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너무 여러 군데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하루 속히 하나로 통합하여 체재를 정비해야 한다. 그동안 학진에서 해오던 한국학 사업을 한중연으로 옮긴 것처럼 국제교류재단의 한국학 사업도 모두 한중연으로 이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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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헌 2006-06-20 14:37:49
의견이 일부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외국에서의 한국학은 학습자가 대부분 한국어가 능통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학에 대한 전문적인 학식을 가진 전공자가 가르쳐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국의 언어를 능숙하게 함이 전제 되어해야 한다. 아무리 한국학에 해박한들 한국어능력이 안 되는 학생에게 한국어로 강의한다면 단지 위 의견은 공염불이요, 이상주의일 뿐일 것이다. 정부기관에서도 이 점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한다.

GG 2006-06-20 09:26:55
런던대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있는 곳이 그나마 유럽에선 한국학이 가장 잘 되는 곳인데도, 기본적인 자료조차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지원이 안 되고 있냐 하면 그렇지도 않죠. 제가 파악하기로는 적어도 돈을 안 들이는 건 아닙니다. 국제교류협회인가 하는 곳에서 책은 많이 보내주는데, 그 책들이 좀 엉뚱한 게 문제입니다. 즉 "물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문제인 셈이며, 다시 말해 돈을 "제대로" 못 쓰고 있는 실정이란 겁니다.

일례로 도서관에서 구독하는 몇 가지 한국 저널들 중에 <월간 동아>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한국사회"를 들여다보기에 적합한 매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월간 동아>를 구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게 없습니다. 결국 이런 매체를 통해서 한국을 접하다 보니 외국의 한국학 학자들의 시각이 제대로 잡힐 수가 없죠.

그런데 이런 문제는 좀더 들여다 보면, 뭐랄까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큰 흐름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일례로 작년에 도서관에서 한국학을 담당하는 사서를 해고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분이 한국학만 하는 것은 아니고(이것도 문제입니다) 일본학도 함께 다루는데, 결국 해고의 이유는 "긴축"에 있었던 것이죠.
어쨌든 일련의 "투쟁" 끝에 그분은 복직이 되긴 했지만, 실제로 그분도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한글도 못 읽고요. 제 생각엔 도서관에 사서 한 사람만 제대로 있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괜한 곳에 돈 낭비하지 말고, 한국 정부가 이쪽 도서관과 일종의 협약을 맺어서, 전문 사서를 하나 두는 대신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도서관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재정도 확충되어야겠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아무리 재정이 늘어나봤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그냥 쓸데없이 낭비될 게 뻔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