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2:55 (토)
특별기획: 전문대는 어디로 가는가 (1) 전문대가 사라진다
특별기획: 전문대는 어디로 가는가 (1) 전문대가 사라진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6.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의 ‘띄우기 정책’ 문제 … 4년제 편입학원으로 轉落 위기

<글싣는 순서>

①전문대가 사라진다 ②한국 직업교육체제의 문제점 ③선진 외국의 직업교육체제 ④고등교육체제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문대 교수 5백여명이 모여 전문대의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참여정부 들어 대학구조개혁정책이 추진되면서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한창인데, 4년제 대학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사회의 관심과 요구도 4년제 대학에 집중돼 있다. 4년제 대학의 탈출구가 전문대의 고유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전문대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한국 고등교육기관의 44%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대를 포함한 고등교육체제의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무엇보다 지금 전문대학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우선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차라리 전문대를 없애라.’ 최근 자주 들리게 된 이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과연 지금의 전문대라면, 전문대가 필요할까 의문이 드는 것이다.

전문대의 정체성 실종은 대학과 전문대가 역할 구분없이 양적 확장을 추구한 데 따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의 백화점식 운영이 4년제든 전문대든 그 고유한 정체성을 훼손해 고사 상태에 이르게 했다는 것.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진학 현황을 보면, 전문대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대 진학 학생은 점점 줄고 있는 반면, 4년제 진학 비율은 상승세다. 지난 2001년 전문대 진학비율은 72.7%였으나 2005년에는 61.9%로 줄었고, 같은 기간 4년제 대학의 진학률은 26.4%에서 37.2%로 늘어났다. 4년제 대학이 실업계 고교에 대해 특별전형을 확대한 결정도 영향이 있다.


심지어 전문대가 4년제 대학으로 가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전락하는 모습도 살펴진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의 일반 편입생 가운데 전문대 출신은 56.9%였고, 방송통신대는 69.5%가 전문대 출신이었다. 

전문대에 대한 재정지원은 더 심각하다. 전문대는 고등교육기관의 44%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부 재정지원은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4년제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2조5천3백33억원이었지만, 전문대에는 2천1백27억원이 지원됐다.

방사선과, 치위생과, 임상병리과, 물리치료과 등 전문대 고유영역이었던 보건계열 학과들이 4년제 대학에 속속 개설되고 있다. 특히 최근 보건의료 관련학과 증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까지는 전문대학의 간호·보건계열의 입학정원 증원수가 더 많았으나 올해는 4년제 대학에 1천1백60명이 증원돼 전체 증원수의 71.6%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문대학의 증원비율이 66.7%, 4년제 대학은 33.3%였으나 올해 급반전됐다. 전문대 존립 기반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뿐 아니라 4년제 대학이 생존을 위해 인기를 끌만한 학과를 개설해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외식·조리전공, 화장품과학과, 애완동물과, 미용과학과 등이 그 예다. 지난해까지 21개 학과가 27개 대학에 개설됐고, 올해는 33개 학과가 38개 대학으로 늘었다.

산학협력, 주문식 교육 등도 전문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산학협력 강화는 4년제 대학의 생명줄로 인식될 정도다. 소수 연구중심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은 교육중심대학으로 사실상 직업교육 역할을 맡고 있는 모습이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과)는 “대학과 전문대학의 혼성 모방으로, 대학은 그 고유 기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세계적 수준의 학술연구중심대학으로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대로라면) 전문대도 본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채 폐교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전문대의 위기를 4년제 대학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난맥상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전문대를 설립했던 사학 법인이 동일 법인내에 4년제 대학을 신설해 ‘학원재벌화’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전문대 사학 재단의 투명한 운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도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역대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의 전문대 정책을 들여다 보면, 전문대의 상실감이 커질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제시된 정책들도 실질적으로 추진되지 못했고, 전문대 정책을 포괄하는 직업교육 전반에 대한 정책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대는 지난 1979년 단기 고등교육기관인 전문학교와 초급대학이 일원화돼 도입됐다. 1949년에 설립된 초급대학이 전문대의 효시다. 1963년부터 1976년까지 실업고등전문학교가 개설됐고, 전문학교는 1970년부터 1978년까지 지속됐다. 1979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전문대는 ‘중견직업인 양성’을 목표했으나 1998년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현재까지 ‘전문직업인 양성’으로 목표가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목표는 상향 조정됐지만 위상과 지원은 상향 조정되지 못했다. 오히려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돼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고등교육의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자 전문대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자문기구로 교육개혁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전문대’를 늘 화려하게 띄워 줬다. 문민정부 교육개혁위원회는 전문대를 ‘중추적인 직업교육기관’으로, 국민의정부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서는 ‘직업교육의 중심축’으로 불렀다. 지난 2001년에는 교육부가 전문대 종합발전계획을 제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전문대 정책은 부재한 실정이다.

지난 2005년 초에는 교육부총리가 대학구조개혁방안을 제시하면서 국내 대학 가운데 15곳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은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특정분야의 인력을 집중 양성하는 특성화 교육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대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8월에 전문대정책과를 신설했으며, 전문대와 4년제 대학 교원의 호봉을 단일화했고, 전공심화과정의 학사과정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특성화 교육중심대학의 목표가 현재 전문대의 교육목적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전문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후속조치도 없이 4년제 대학 중심의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같은 4년제 대학 중심의 정책수립의 원인은 교육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대 관계자의 참여 저조 때문이기도 하다.

참여정부의 교육 관련 위원회에 전문대 관계자의 참여 현황을 살펴보면, 각 위원회마다 전체 인원의 5%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는 전체 1백17명 가운데 4명(3.4%)이 참여하고 있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에도 전체 84명 가운데 4명이 전문대 관계자다. 교육부 대학발전협의회와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는 각각 1명씩만 참여하고 있다. 전문대의 의견이 안정적으로 반영되기가 어려운 구조다. 전문대는 정책의 사각지대로 전락한 셈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