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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와 아웃사이더 문학
버지니아 울프와 아웃사이더 문학
  • 최승우
  • 승인 2022.12.2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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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 지음 | 264쪽 | 도서출판 동인

아웃사이더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다

울프 앞에는 주로 모더니스트, 아방가르드, 페미니스트, 사회주의자, 평화주의자, 신비주의자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마커스는 울프를 사회주의자적 페미니스트로 보았고, 그런 견지로 울프의 신비주의와 평화주의도 살폈다. 그러나 울프가 가장 빈번하게 자신을 표현한 말은 다름 아닌 ‘아웃사이더’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여성됨과 연관 지었다. 

울프는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 같은 천재 작가는 아니었다고 본다. 그녀는 목표지점을 향해 질주하기보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자신만의 언어 세계를 축조했다. 이렇게도 보았다 저렇게도 보았다 하면서 그녀는 지그재그식으로 언어의 세계를 빚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어린 시절부터 읽었던 수많은 고전의 무게감, 자신은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빅토리아조 여성이라는 사실, 당대 지성계를 주름잡았던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마르크스라는 두 거물의 존재, 무신론자였지만 대대손손 기독교 집안 출신이라는 점 등은 무엇 하나 쉽게 글을 써 내려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대신 그녀는 글을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듯한 암호 같은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암호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광활한 것으로 만들었다.

울프는 그동안 역사에서 배제되었던 여성 집단의 힘을 믿었다. 그녀는 여성을 자기의 청중으로 인식했고 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글을 쓰고자 했다. 이러한 그녀의 입장은 19세기 빅토리아 조 여성 작가들과 그녀를 구별하는 것이자 1880년대 이후 1920년대까지 영국 내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여성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이 당시 여성 개혁론자들의 존재는 울프 문학 세계의 배경이었다. 울프의 문학은 이 여성 개혁가들과의 협업이었고, 따라서 그녀의 문학은 가부장제 이래 존재해 온 모든 여성이 함께 부르는 정의와 해방을 위한 거대한 합창이었다. 이 책은 거기에 합류하고자 하는 하나의 목소리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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