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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계절
태풍의 계절
  • 최승우
  • 승인 2022.12.22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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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 엄지영 옮김 | 을유문화사 | 360쪽

‘어떤 리얼리즘은 악몽보다 깊은 곳에 있다’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된
21세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가장 어두운 성취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들은 실제로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멕시코에서 위험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베라크루스주의 한 마을에서 마녀로 불리던 자가 살해당하고, 그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씩 풀려 나가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한편, 빈곤 속에서 살아온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들은 지나치게 열렬히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미워한다. 그리고 그 무차별적인 사랑과 증오를 즉각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폭력의 형태를 띠고 있다.

2020년 맨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태풍의 계절』은 그해 후보작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빈곤이 불러 온 절망적인 현실과 거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폭력을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몇몇 독자는 이 작품이 온갖 폭력과 혐오로 장식한 ‘빈곤 포르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짧고 강렬한 것은 실제로 이 소설의 배경인 멕시코 베라크루스에 살았던 독자가 쓴 리뷰였다. “나는 그곳에 살았었고, 이 소설에 묘사된 폭력은 전혀 과장돼 있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인 베라크루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를 원했던 페르난다 멜초르는 이 소설의 설정을 ‘문학적으로’ 순화하지 않았다. 대신에 멜초르는 이야기 자체에 신선하고 강렬한 매력을 불어넣는 방식을 선택했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녀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몽환적인 문체와 보도 저널리즘의 냉철한 플롯을 접붙였고, 그 결과 탄생한 『태풍의 계절』은 21세기 라틴 아메리카가 탄생시킨 최고의 문제작으로 알려지며 세계 문학계에 큰 화제를 불러오게 됐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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