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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 최승우
  • 승인 2022.12.22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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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 이연승 옮김 | 한스미디어 | 356쪽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제3탄!
신비롭고 아기자기한 전래동화가
수수께끼투성이의 추리소설로 전격 변신하다!

독특한 캐릭터, 이색적인 소재와 배경을 자유자재로 주물러 늘 전대미문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발상의 천재’ 작가 아오야기 아이토가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의 뒤를 잇는 소설집, 옛날이야기와 본격 미스터리 트릭을 결합한 미스터리 3탄으로 돌아왔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는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의 시리즈 연작으로, 서양 동화로 변주를 준 스핀오프 장편소설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까지 포함하면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전래동화에 본격 미스터리 트릭을 결합한 이야기로는 두 번째 작품이다.

옛날이야기의 특징은 오랜 세월 각국에서 만인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정서로 다듬어지면서 누가 읽어도 언젠가 들어본 듯한, 있을 법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방식으로 권선징악이나 교훈적인 주제를 편안하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아오야기 아이토는 아이디어의 귀재답게 이 지점을 역으로 접근한다. 만인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본성을 잘 다루는 이야기들이라는 것. 그렇다면, 범죄만큼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일이 있을까? 옛날이야기에 범죄를, 시체를 집어넣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는 옛날이야기를 범죄로 변주하며 인간성까지 통찰한 전작의 특색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데다, 한층 정교해진 트릭과 다채로운 미스터리 요소들을 더해 풍성한 재미를 자랑한다.

대표적으로 첫 단편「죽세공 탐정 이야기」는 땅에 내려온 달나라 공주가 착한 노부부 아래서 살다 구혼자들의 청혼을 거절한 뒤 마침내 다시 달로 떠나고 마는 ‘가구야히메’ 이야기에 밀실 트릭, 특별한 정체의 탐정을 더해, “탐정은 옛날이야기에말로 진정으로 어울리는 존재”라 외치는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네 번째 단편 「원숭이와 게의 싸움 속 진실」에서는 안락의자 탐정 역의 너구리가 단순한 우화로 읽혔던 전래동화 속 숨겨진 사건을 설득력 있게 추리하여, 실제 우화 또한 범죄 사건을 은유했다는 착각이 들 만큼 촘촘한 해석으로 재구성되었다.

마지막 단편인 「사루로쿠와 보글보글 교환 범죄」에서는 왓슨과 홈스가 연상되는 원숭이들이 교환 살인 사건을 맞닥뜨린 후 진실을 파헤치는 구도를 취함으로써,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참신한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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