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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경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부 교수, 국제저명학술지 'Target'에 논문 출판
윤선경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부 교수, 국제저명학술지 'Target'에 논문 출판
  • 방완재
  • 승인 2022.12.2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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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수상작 오역 논쟁 뒤에 가려진
권력 문제와 정치적 불안 조명”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총장 박정운, 이하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부 윤선경 교수는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래 학계와 언론에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아온 <The Vegetarian>의 ‘오역 논쟁’에 관한 논문을 번역학 전문 국제저명학술지 Target에 출판하였다. 윤선경 교수의 논문(‘Fidelity or Infidelity? The Mistranslation Controversy over The Vegetarian’)은 오역 논쟁이 단순히 언어나 오역의 문제가 아님을 밝히고, 그 논쟁 뒤에 숨겨진 젠더와 같은 권력 문제와 정치적 불안을 파헤치고 있다.

윤선경 한국외대 교수
윤선경 한국외대 교수

본 논문은 먼저 데보라 스미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긴 <The Vegetarian>을 오역이 많은 문제적 번역으로 비판한 기존의 비평 담론을 분석한다. 비평가들은 스미스의 번역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번역 관점을 드러내는데, 그것은 ‘직역과 충실성’ 옹호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번역 과정에서 해석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거부하고, 스미스의 해석 때문에 원본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오직 한 가지 해석만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번역가의 해석은 저자의 의도와 구분하지만, 자신의 해석은 저자의 해석과 동일시한다. 또한 그들은 번역할 때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면서 스미스의 생략과 추가를 비판한다. 어떤 비평가는 인혜가 남편과 여동생과의 정사를 발견하고 실패한 결혼을 회상하는 장면을 스미스가 생략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부분이 인혜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의 비판은 인내와 자기 비난과 같은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평가들이 기본 단어에 집착하는 것도 직역 옹호의 또 다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샛길,’ ‘초록빛’, ‘수저’ 등의 기본 단어의 오역을 비중 있게 다루며 번역가를 공격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한정식,’ ‘미숫가루,’ ‘표고버섯’과 같은 문화 관련 단어를 정확하게 번역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비평가들이 정확성을 추구하는 것은 번역의 평판을 개별 단어 선택의 수준에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 교수 또한 스미스의 번역은 첫 번째 출판 번역으로서 오역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재판에서 60여 개를 수정한 사실을 지적하지만, 오역 논쟁은 단순히 오역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는 권력 투쟁이 작동하고, 세 가지 정치적 불안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윤선경 교수의 논문 ‘Fidelity or Infidelity? The Mistranslation Controversy over The Vegetarian’
윤선경 교수의 논문 ‘Fidelity or Infidelity? The Mistranslation Controversy over The Vegetarian’

첫째, The Vegetarian 오역 논쟁은 원본과 번역의 서열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경우 직역이 지배적이고, 번역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다. 번역이 흠 많고 의존적이고 열등하게 간주하는 반면, 원본은 흠 없고 독립적이고 우월한, 심지어 신격화된다. 그런 상황에서 스미스의 한낱 ‘번역’이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자, 원본과 번역의 서열이 전복되면서 비평가들은 불편해진 것이다.

둘째, 오역 논쟁은 또 다른 중요한 서열, 지배언어 영어와 소수언어 한국어 사이의 서열과 연결된다. 비평가들은 세계문학 공간에서 드러나는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문학적 불평등에 대한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들이 한국 문화 관련 단어들을 스미스가 정확하게 번역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는 부분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두 가지 차원의 불안, 그것은 ‘우월한’ 번역과 ‘영어’ 번역에 대한 불안이다. 스미스의 성공한 영어 번역은 한강의 한국어 원본의 권위를 위협하고, 한국문학이 마땅히 누려야 할 왕관과 권력을 찬탈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논쟁은 젠더와 관련이 깊다. 체임벌린은 번역과 여성의 관련성을 주목하는데, 번역 담론에서 번역은 종종 여성으로 비유된다. 또한 ‘충실성’의 개념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과 번역을 통제할 때 동원되고, 그 규제가 실패하고 남성/원본과 여성/번역의 서열이 전복될 때 불안이 발생한다. 이러한 불안이 스미스의 번역에 나타나고, 그 번역은 강력한 원본으로 가장해서 권력 시스템을 교란하여 원본이 가진 부권과 독창성을 상실하도록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스미스가 페미니즘 관점에서 번역하기 때문에 그들 남성 비평가들의 불안은 증폭된다. 일부 비평가가 The Vegetarian을 ‘성형수술’한 것 같다고 비판한 것이 그 불안의 증거이다. 그 비유는 여성의 허영에서 생긴 거짓 아름다움을 비판할 때 종종 쓰이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결국 오역 논쟁에서 문제는 이것이다. 누가 그 소설에 주어진 권력이나 영예의 자격이 있는가. 저자인가 번역가인가. 한국어인가 영어인가. 남성인가 여성인가. 젠더는 번역 비평과 스미스의 번역을 이해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 여성 번역가가 페미니즘 관점에서 한국어 원본을 다시 쓸 때, 충실성과 직역을 옹호하는 비평가들의 담론에는 가부장적인 불안이 서려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윤 교수의 논문은 The Vegetarian 오역 논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한다는 점에서, 즉 단순히 오역의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권력관계가 있고 그 사이에서 발생한 정치적 불안 때문임을 밝힌다는 점에서, 한국의 번역학계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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