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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학구조조정 및 부당피해 교수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초점: 대학구조조정 및 부당피해 교수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5.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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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과 후 면직 급속히 증가... "유리한 판례 쌓아나갈 것"

구조조정에 따른 교권침해, 부당 피해 사례가 늘고 있음에도 교수들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6일 '대학구조조정 및 부당피해 교수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한성, 홍성학, 송병춘, 이하 구조조정공대위)'가 출범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김상곤, 이하 교수노조)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대학구조조정으로 인해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교수들을 구제하고자 손을 잡은 것이다.

▲지난 26일 열린 대학구조조정 및 부당피해 교수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모습. © 시민의 신문

김낙준 민변 노동위원회 간사는 "부당피해 교수 구제에 관심있는 변호사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여 민변 차원에서 법률지원팀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고, 교수노조는 정책지원팀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공대위, 왜 출범했나

지난 8일 교육부는 '2006년도 대학구조개혁 사업 계획'을 발표해 2008년부터 학생 모집 현황에 따라 학과(부)의 존폐를 결정하고, 권역을 달리하는 동일법인의 대학 간 통·폐합을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처럼 강도 높은 대학구조개혁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그로 인하여 부당피해를 받고 있는 교수들이 쏙쏙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러한 시점에서 대학 내 공포 분위기 탓에 말을 꺼내기도 힘들었던 교수들은, 구조조정공대위를 통해 어떠한 해법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화이트칼라의 변호인'을 꿈꾸는 이동원 아주자동차대학교수협의회장은 "교권이 상당히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대위의 출범은 시의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구조조정공대위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송병춘 변호사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며 "올해 들어서 폐과로 인한 해직교수들이 급증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現 대학구조개혁은 고등교육의 질 향상에 목적이 있다기보다 대학 신입생수의 감소에 따른 대학 부실화 우려 때문에 불가피하게 추진되는 측면이 크다"고 말한 뒤, "부당하게 피해를 당한 교수들도 있지만, 급작스런 폐과에 따라 학생들도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대의 경우 교원수가 많지 않아 조직적 투쟁이 어려워,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송 변호사를 비롯한 여러 변호사들이 조직적 법률 투쟁을 지원하기로 나선 것.

폐과에 의한 면직, 올해만 해도 10여건

최종덕 前 주성대학 교수는 "올해만 해도 폐과에 의한 면직이 10여건을 넘어 지난해 발생건수를 초과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지난해에 비해 많은 교수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행동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그들은 홀로 고된 싸움을 하다가 결국 교수노조에 노크를 하게 된다.

2004년부터 교수노조는 홈페이지(http://www.kpu.or.kr)에 마련된 교권상담 및 비리고발 게시판에서 교권상담을 하며 대학비리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지금까지 접수된 사례는 80여건이 넘고, 그 중 교수에 대한 부당한 처우 및 해임 등을 자행한 무려 13곳의 대학이 '요주의 대학'으로 꼽혔다.

교수노조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A 대학은 2004년 8월 '대학발전을 위한 구조조정'을 공고하고 당년 9월부터 시행했는데, 2004학년도부터 소급적용해 학과정원의 40% 미달인 학과를 폐과조치했다. 이에 따라 소속과 교수들은 올해 2월 28일부로 면직통보를 받은 상태다.

또한, 경북 소재의 B 전문대학은 2003년도 일방적 계약제를 실시했으며, 학교 전체 등록률이 90%가 넘는데도 신입생 지원미달을 이유로 폐과를 통보, 교수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했다.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교수들은 지난 2월 28일자로 모두 직권면직됐다.

부당계약 및 재계약을 거부한 대학도 눈에 띄었다. C 대학은 최초 계약시 2년 마다 재계약하고 연구실적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대신 연봉이 작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두 번의 재계약 후 갑자기 재계약 횟수에 제한을 두고 계약기간도 1년으로 축소했다.

D 대학은 비정년트랙 교수로 근무하던 ㄱ 교수를 임용이 만료되는 시점을 며칠 앞두고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다음 해 ㄱ 교수가 희망하는 교과가 개설되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수가 확보되지 않아 재임용이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신입생 충원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해당 학과와 유사한 학과를 개설한 E 대학은 학과 소속 교수를 타과로 발령, 사전 공지나 인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당일 게시판에 공지했다. F 대학 역시 신입생 충원률을 핑계로 ㄴ 행정과 교수(행정학박사)를 애완동물과로, ㄷ 건축과 교수(공학박사)를  소방방재과로, ㄹ 산업디자인과 교수(광고학석사)를 아동미술과로 인사발령했다.

이처럼, 구조조정과 관련해 교수들이 받고 있는 피해사례들은 △구조조정을 이유로 한 일방적 면직 △폐과로 인한 부당 해임 △본인의 의사에 반한 계약제 전환 △교원업적평가로 인한 부당 임금 삭감 △부당 계약 및 재계약 거부 △소속학과 부당 변경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국가의 고등교육예산 확대돼야"

지난 1월 "폐과를 이유로 면직시킬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면직 처분은 교수의 업무실적, 직무 수행능력이 주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김중곤)의 판결이었다.

이와 관련해, 송병춘 변호사는 "앞으로 교수들이 자의적으로 면직되는 일이 없도록 법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법률적 투쟁을 통해 이런 것에 대한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고등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대학의 구조를 개혁해야 하는데, 현재 구조개혁은 신입생 숫자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꼬집은 뒤, "우리 산업사회가 필요한 직업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국가의 고등교육예산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성대 교수노조 교권실장은 "6월말 구조조정과 관련해 비정년트랙, 기간임용제의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올바른 구조조정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역시, "폐과 후 면직을 남용하는 대학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적으로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법정 싸움에서 유리한 판례를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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