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술연구원은 5개 학부에서 매년 객원 연구교수들을 초빙하는데, 대외적으로 선전은 하지 않고, 논문과 프로젝트 등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응모한 연구성과를 놓고 면밀히 검토한 뒤에 초청 여부를 판가름한다. 마침 내년에 안식년을 맞는 박 교수가 평소 선망해왔던 고등연구원에서 학자로서의 폭을 넓히길 바라며 제출한 논문과 프로젝트들이 통과되면서 초청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누구나 고등학술연구원에서 연구하는 꿈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응모과정이 복잡하고 엄격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초청 받고 나니, 사회과학분야 최초의 한국 학자라는 사실에 기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박교수는 올해 9월부터 1년 동안 컴퓨터가 딸린 개인 연구실과 사무보조, 최고 수준의 숙식과 미화 5만달러까지 제공받으며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기초학문 분야의 홀대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의 학문현실에 비추어볼 때,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박교수는 이 기회를 통해 그동안 천착해온 철학의 문제들, 특히 개인적 자유와 정의로운 분배와 관련한 자본주의 규범철학을 마이클 왈쩌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 함께 연구하게 된 것에 무엇보다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박 교수는 내년 8월, 초청기간이 끝나는 대로 학교로 돌아와 세계의 고등지식과 철학의 새로운 흐름들을 한국 현실에 접목시켜내는 계획을 세우느라 벌써부터 분주하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