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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계학부 폐지의 충격
문계학부 폐지의 충격
  • 최승우
  • 승인 2022.12.1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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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미 슌야 지음 | 김승구 옮김 | 소명출판 | 232쪽

제1장에서는 문계 학부 폐지 소동을 시작으로, 그간 일본의 사회의 변동과 대학의 역할을 통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대가 법인화된 이후 대학에 찾아온 변화를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 법인화 이후 이계 학부 중심주의는 더욱 가속화하였고, 연구력과 교육력의 동시 약화 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 문계 학부의 존망을 둘러싼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항간의 고정관념과는 부정하면서, 문계 학부가 지닌 존재적 독자성과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문계 학부는 인류적 보편성에 기여하는, 이계 학부와는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런 논의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서양사에서 교양이 차지하는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또 일본의 대학이 역사적으로 그 교양을 대학 교육에서 어떻게 수용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문계 학부는 이계 학부와는 방향과 지속 기간상에서 차이를 지닌, 독자적인 학문 영역이다.

제3장에서는 대학이 처한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이를 어떤 방향에서 헤쳐갈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위기의식을 느끼며 각종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고민에는 대학의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따라야 한다. 필자는 기존의 대학을 ‘갑각류’에 비유하면서 앞으로의 대학은 ‘척추동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소 생뚱맞은 느낌을 주는 비유이긴 하지만, 여기엔 그 나름의 논리가 있다. 또, 그런 개혁의 성과로 대학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을 21세기의 ‘미야모토 무사시’로 길러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대학의 입장보다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대학을 바라보고 있다. 대학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되짚어보면서 대학에 다시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대학은 고등학교와 직장 사이에 놓인 곳이다. 그리고 연령적으로는 20살 정도에 가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대학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인생에서 대학을 세 번 가는 곳이라고 규정한다.

종장에서는 이 책의 논의를 종합하고 있다. 그는 21세기의 대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로 ‘보편성, 유용성, 유희성’을 꼽고 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발견하고 사회에 적절하게 기여할 것, 여기까지는 흔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마지막 ‘유희성’이다. 대학이, 그리고 대학의 학문이, 문화의 근본 욕구인 유희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의 대학 교육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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