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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 물명으로 읽는 왕실 문화
발기 물명으로 읽는 왕실 문화
  • 최승우
  • 승인 2022.12.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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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편집 | 한국학중앙연구원 | 140쪽

발기는 사람이나 물건의 명칭 및 수량을 열거한 기록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한자어 건기(件記)의 이칭이 바로 발기이다. 한자어로는 ‘件記(건기)’, ‘單子(단자)’, ‘發記?拔記(발기)’ 등으로 표기하고, 한글로는 ‘ㅂㆍㄹ긔’ 또는 ‘발긔’ 등으로 적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왕실고문서 왕실발기류 948건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책은 장서각 소장 왕실발기류 948건과 경상국립대 소장 206건 중 중요 자료를 엄선해 수록했다. 시기적으로는 1823년 순조의 첫째 딸 명온공주의 부마를 간택하는 간택기에서부터 1930년 접대발기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 동안 다양한 왕실의례를 설행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발기를 수록했다.

이들 왕실발기류는 용도에 따라 크게 복식발기류, 패물발기류, 음식발기류, 진상(進上)·반사(頒賜) 발기류 등으로 나뉜다. 행사를 기준으로 나누면 가례·명절·탄일·진찬·제향 등에 사용된 왕실발기류가 대부분이다. 발기류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복식·금침·음식·기명 등의 목록과 수량을 열거하거나, 사람의 이름이나 역할·상격의 내용을 나열해놓았고, 경우에 따라 각각의 물목에 대한 값을 적어 놓았다.

발기의 크기도 물목의 내용에 따라 짧게는 20cm에서 길게는 2,500cm까지 다양하다. 장서각 소장 왕실발기의 경우는 복식 관련이 273건, 음식 관련이 약 200건을 차지한다.

그 외에도 상격(賞格)이나 인물을 적은 발기 및 기타 자료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들 자료를 단순히 주제별로만 나눌 수도 없다. 같은 의대라도 의례의 종류나 신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음식 역시 행사나 신분에 따라 상차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기는 실제 의례에 맞춰 작성된 물목이기에 왕실의 미시적인 생활문화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의미가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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