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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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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우
  • 승인 2022.12.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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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 지음 | 새빛 | 304쪽

대중음악과 경제현상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 책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록스타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살아 숨 쉬며 활동하는 동안 수많은 대중들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열광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공유했으며, 그들의 삶을 염탐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 속에 우리들의 진짜 삶을 보여주는 경제현상이 묻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대중들은 얼마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비틀즈의 매력에 빠져 한때 록스타를 꿈꿨던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가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대중음악에 숨어있는 경제현상과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패션 업계에는 ‘불경기엔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라는 말이 오랜 정설로 내려오고 있는데 과연 대중음악도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1950년대 로큰롤의 태동부터 1960년대 헤비메탈의 출현, 1970년대 펑크 록의 인기와 1980년대 글램 메탈의 흥망성쇠, 1990년대 그런지 록의 부흥 등 록의 역사는 그 시대의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맞물려 진행되어 왔음을 강조하며, 록 음악의 대표적인 장르가 뜨고 지는 과정을 경제지표와 함께 재미나게 설명한다.

미국 뮤지션 조 스태포드(Jo Stafford)는 1958년 10월13일자 대중음악 주간지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9~14세 연령층은 부모로부터 받은 돈으로 풍부한 음반을 구입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첫 세대가 됐다”며 그런 신세대 청소년들에게 스탠다드 팝이나 재즈, 컨트리는 그들의 에너지와 자유분방함을 대변할 수 없는 따분한 음악이라고 진단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신나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으며, 때마침 1950년대 중반 악기 제조업체인 펜더(Fender)와 깁슨(Gibson)이 각각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솔리드바디 일렉트릭 기타가 만들어내는 쨍쨍한 소리가 이들의 요구에 정확하게 부합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로큰롤 특유의 사운드의 시작이다.

미국에서 탄생한 로큰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나라는 영국이었으며, 1958년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Cliff Richard)가 발표한 “Move It”이 영국 최초의 로큰롤 노래이다. 이 후 조 브라운, 조니 키드 등 영국 로큰롤러들이 속속 등장했으며, 여전히 최고의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비틀즈도 그 중 하나였다.

‘헤비메탈은 노동계층 음악이다’는 미국과 영국의 대중음악계에선 널리 통용되는 말이다. 1950년대 이후 경제적 풍요로움의 산물과도 같은 록은 기본적으로 즐기는 음악으로 흥겨운 리듬에 몸을 흔들었으나, 모든 청년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돈을 버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었지만, 서민들의 삶은 상대적으로 피폐해졌다. 이들은 즐거움이 아닌 생존을 위한 삶을 살고 있었고, 그런 환경 속에서 대표적인 헤비메탈 뮤지션 오지 오스본이 태어났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비틀즈의 음악처럼 밝고 아름다울 수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무겁고 어두웠다.

피용익 기자의 록코노믹스 이야기는 로큰롤의 탄생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그룹 BTS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BTS가 2020년에 내놓은 “Dynamite”는 그해 9월 첫째 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시작으로 무려 통산 3주에 걸쳐 1위 자리를 지켰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 쳤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도 2위에 머물렀던 것을 보면 “Dynamite”의 1위는 대중음악계에서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이었으며, 약 1조7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불러온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저자는 국내 주요 경제지 기자의 눈으로, 그리고 어릴 때부터 비틀즈의 매력에 빠진 진정한 음악 팬의 관점으로 1950년대 로큰롤의 시작부터 2020년까지 약 70년 동안 이어져 온 대중음악과 경제현상과의 상관관계를 재미있으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내고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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