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7:55 (일)
통치와 생존의 인구학
통치와 생존의 인구학
  • 최승우
  • 승인 2022.11.04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용 지음 | 해남 | 512쪽

인구학은 사회학의 한 분야로 …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인구의 결정 요인들은 사회학 접근방식뿐 아니라 다양한 접근방식들―경제학, 인류학, 진화론, 정치학, 역사학, 경영학―에서 분석하고 연구되고 있다. 그러므로 종합학문이다.

세계 각국의 인구학 자료를 분석하는 인구학 작업은, AC 닐슨처럼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요긴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세계화에서 요구하는 창의적인 일자리들을 수많이 창출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대학을 포함한 우리 사회는 이러한 창의적인 인구학 일자리 창출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서구의 인구 이론은 그것에 근거한 인구 정책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비서구 사회에서 수행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혜택은 강조하고 부각하여 말하지만, 부작용과 비용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구 이론에서 이야기된 혜택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비용과 부작용은 오로지 비서구 사회의 몫일 뿐이다.

이제라도 서구 사회 이론에 입각한 인구 정책이 비서구 사회에 적용되었을 때 나타날 비용과 부작용을 지적하고 제시할 수 있는 ‘비서구(한국) 인구 이론’, 달리 말해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지피지기의 학문을 생성해야 할 것이다.

근대 가족의 가족계획사업과 개인화와 젠더의 일-가정 양립 정책은 여성의 자율성 향상에 기여하였지만, 반대급부로 ‘아내됨’과 ‘어머니됨’으로 표상되는 여성의 정체성과 자부심은 폄훼 혹은 부정하는 사회적 현상을 동반했다.

그러나 출산장려 정책이 목표로 하는 혼인율과 출산율의 상승은, 여성의 자아실현보다 ‘아내됨’과 ‘어머니됨’이란 여성의 정체성과 자부심 향상에서 인도될 수 있다.

서구 사회과학자들은 근대성을 유럽과 아시아를 부국과 빈국으로 갈라놓은 대분기의 주된 원인으로 가정한다. … 대분기 이론은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이나 근대성을 유럽 발흥의 근원으로 간주하는 것을 유럽 중심주의 시각이라 비판하며 세계 경제 체제의 접근방식을 지향한다. … 만일 식민지의 귀신토지와 아메리카 화폐가 없었다면, 유럽은 석탄과 산업혁명이 있었더라도, 토지가 인구에 부과하는 생태학적 한계, 즉 맬서스 덫을 벗어날 수 없었다.

유럽인의 아메리카 인디언 인종말살을 정당화함으로써 악의 평범성을 조장하게 하였던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 바로 원주민을 ‘타자화’한 서구의 근대성(자연법)이다.

서구의 근대성은 유럽에는 부와 인구 성장을 제공하였지만, 인도와 중국에는 대재앙을 초래하였다.

‘지피지기’의 인구학(사회과학)은 서구를 알고 우리를 알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하였다. 지피지기 인구학의 주된 목표는 서구 근대성이 주도하는 세계 학계에서 우리나라(그리고 비서구 사회)의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 우리의 학문(인구학)을 형성함으로써 그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