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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홍석 교수가 블로그를 하는 까닭은
인터뷰:고홍석 교수가 블로그를 하는 까닭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04.20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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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배 향수 자극하는 인기 블로그: 산내마을 새벽편지

▲고홍석 교수 블로그 '산내마을 새벽편지' ©

 시골 텃밭의 상추 자라는 소리, 봄 꽃 피는 소리가 듣고 싶다면 고홍석 전북대 교수(농공학)의 블로그 ‘산내마을 새벽편지’를 방문하는 게 어떨까. ‘산내마을 새벽편지’에는 시골에서의 삶 이야기에 더해 평택 미군기지의 긴장감, 국제결혼 주선 펼침막이 걸려 있는 농촌 사회의 씁쓸한 현실 등도 함께 녹아 있다. 올해 60세인 고홍석 교수가 이런 게시물들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 2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2003년 9월9일. 고 교수가 블로그를 시작하던 당시는 부안 핵 폐기장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했던 때. 고 교수는 “부안에서 나가는 부안 發 소식을 전하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이미 그 전부터 대학 관련 기사, 민주화 운동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해서 주제별로 제본도 해 오던 터였으나 기사들을 온라인을 통해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부안 기사 등 사회적 기사만을 스크랩하던 때에는 방문객 수가 그리 많지 않던 고 교수의 블로그에 ‘방문객 급증’의 전기가 마련된다. 2004년 4월 전주시내에서 아침에 신문도 배달되지 않는 진안군 산내마을이라는 시골 마을로 이사간 후다. “'도시뜨기'가 '시골뜨기' 되었으니 매순간 마주치는 자연과의 만남이 경이로울 수밖에 없어 그 경이로운 만남을 나누자”는 생각에서 <산내마을 새벽편지>로 블로그 이름을 바꾸고  “어설픈 텃밭가꾸는 것에서부터 나무들 새순이 돋아나고 열매를 맺는 것까지” 시골 생활을 사진과 글로 표현한 게시물들을 작성한 것. 고 교수는 “사람들이 모두 도시 생활에 지쳤었는지 글들을 재밌게 읽어줘서 덩달아 신났다”고 말한다.

블로그의 게시물에는 ‘농업토목을 전공하는 교수’에게 쉽게 읽히지 않는 감성들이 묻어난다. 청매․백매 만개한 선암사 사진과 함께 “묵향이 스며나오는 한폭의 수묵화”라거나 “시간의 켜만큼 더 두툼해지는 그리움”같은 글귀들이 방문객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 이런 그의 글들을 읽고 동료 교수들은 “몰랐던 면모를 알게 됐다”고 놀란다며 ‘운동권 교수’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씻은 듯해서 다행이라고 고 교수는 웃는다. 블로그 방문객들은 그를 ‘시인’이라고 부른다.

고 교수는 방문객들의 댓글 읽는 재미, 답방하는 재미 등으로 하루라도 블로그를 방문하지 않으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블로그 폐인’도 되어봤다. 그의 블로그의 열혈 방문객들은 슈슈할머니, 랩터님, 안나님, 레므르스님 등이다. 최근에는 나이가 “6학년 7반(67세)”이신 안나님의 소식이 가장 궁금하다. 안나님은 블로그에서 만난 분으로 작년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통일전망대까지 도보로 국토종단을 했는가 하면 이번에는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해안도로 전국일주를 하고 계시는데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별일은 없는지 소식이 참 궁금하다”고 한다. 고 교수는 블로그의 가장 큰 매력은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들과도, 연배가 비슷하고 흥미가 비슷하면 답방과 댓글을 통해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무한대로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홈페이지에는 어느 덧 방문객이 40만명에 다다른다. 하루 방문객도 4~5백명에 이른다. 블로그에서 고홍석 교수의 아이디는 ‘쉼표’다. “학교 일도 그렇고 대학 민주화다, 사회 민주화다 뛰어다니다 보니 내 그림자도 나를 못 따라온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디언들이 말 타고 가다가 가끔 쉬어서 영혼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 돌아본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의미에서 ‘산내마을’에서 ‘쉼표’를 찾고 있다”고 고 교수는 아이디 명명의 이유를 말한다. 그러고서 덧붙인다. “쉼표이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마침표는 아니다”라고.

산을 좋아하는 고 교수는 2001년부터 백두산을 시작으로 매해 1천미터씩 높이를 갱신해가며 새로운 산에 도전해, 지난해에는 5천3백55미터의 중국 따꾸냥 산 트래킹에 도전했다. 그리고 올해는 6월에 있을 전북대 총장 선거 준비로 바쁘다. 마침표가 없는 그의 삶이 어떻게 쉼표를 찍어가며 전개될지 기대된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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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므르스 2006-04-23 10:39:57
쉼표님 덕에 제 닉네임도 전국구로 퍼져 나가네요 ^^*
쉼표님의 블로그에서는 자연에 대한 겸손의 미덕이 있어 많이 배웁니다. 지식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정말로 훌륭한 [先生]입니다. 제게는 ^^*

goh55 2006-04-23 08:25:26
박기자님, 사진이 보이질 않고,
트레킹은 일년에 100미터씩 올린 것이 아니라 1,000미터씩 올렸는데......
인터뷰,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