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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웅진시대가 내 손안에 있소이다"
"백제 웅진시대가 내 손안에 있소이다"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04.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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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인터뷰 - 정재윤 공주대 사학과 (45)

공주대 출신이 아니고, 학과 교수들과 대학 선후배 관계도 아닌 데다, 45세인 서강대 출신 박사 학위자가 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주대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은?

많은 교수들이 “글쎄”라고 얘기할만한 상황이지만, 올해 공주대 사학과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이번 상반기에 전임강사로 강단을 밟은 정재윤 교수(45)는 “나이도 많고, 학연과도 상관이 없으니 대학 외부에서 눈여겨 볼만도 하겠다”라며 자꾸 웃음을 터트렸다.

굳이 운이랄 것은 없지만, 정 교수가 백제사 중 웅진시대를 전공하고, 학과가 ‘고고학’ 분야가 아니라 ‘백제사’ 분야의 전공자를 찾았다는 것이 운이라면 운이다. 사학과는 지난 해에 소형 누리사업단인 ‘백제문화원형 특화산업 인력양성사업’이 선정되자, 사업 내실화를 위해 ‘백제사’ 분야에 신임교수 공고를 냈던 것이다. 

정 교수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학이 백제문화 교육을 특성화하려고 하는 때에 그 지역 역사인 웅진시대에 관한 박사논문을 쓴 전공자이고, 학예사로서의 실무경험도 있어서 그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얘기했다.

‘실무 경험’을 말할 것 같으면, 그는 할 말이 많다. 1991년에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토기전문박물관인 서울 양재동의 ‘홍산 박물관’에서 4년 3개월 동안 실무를 익혔고, 이후 웅진그룹 박물관 준비팀에서 1년간 있다가, IMF 이후에 모교로 돌아가 박사과정을 밟았다.

2000년에는 BK21사업단인 충남대 백제학연구단에서 박사후 과정으로 있었지만, 이후에는 독립기념관에서 5년 이상 재직하면서 전시총괄 팀장, 도서자료 팀장 역할을 했다. 박물관 학예사로서의 경험이 10여년에 달하는 것. 독립기념관에 있을 때에는 서강대, 배재대, 수원대 등에 시간강사로 출강했기 때문에, 강의 경험도 있다.

그러나 출강 경험이 있다고 해도 교수로서의 강의는 또 다른지, 새내기 교수의 긴장감이 역력히 전해졌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더 고민하게 된다”라면서 “박물관에 있을 때에는 오로지 박물관을 중심으로 주어진 일만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학에 오니 시간 활용의 자율성도 생기는 반면 교수 개인에게 연구·교육의 모든 것이 맡겨져 책무감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지역산업과 인력양성을 생각하는 모습 속에서는 지역과의 공생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지역 국립대 교수로서의 고민이 읽혔다. 정 교수는 “백제 문화의 현대적 의미를 발견하고, 문화 콘텐츠로서의 백제 문화 자원을 발전·확산시키는 방안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정교수에게 백제사는 아직도 개척해야 할 곳이 많다. 한성시대와 부여(사비)시대 사이에 끼어 있는 ‘웅진시대’가 백제시대 문화의 골격을 만든 시기라는 것을 구명하고 싶기도 하고, 백제사를 토대로 한·일관계자를 재조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당시의 백제와 일본과의 영향 관계, 곤지, 무녕왕, 동성왕 등 일본에서 생활한 적 있는 왕족의 행적을 더 깊이 연구하고픈 생각이 가득하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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