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2:00 (토)
갈팡질팡 혹은 요지부동 … “그린벨트 그만 손대라”
갈팡질팡 혹은 요지부동 … “그린벨트 그만 손대라”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4.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책비판_ 국토 亂개발, “더이상 못 두고 보겠다”

도시환경 관련 논자들이 현 정부의 ‘국토균형개발정책’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김형국·이정전 서울대 교수, 윤혜정 평택대 교수는 최근 나온 ‘환경논총’에서, 강명구 아주대 교수는 ‘행정논총’ 제44권 1호에서 붓을 휘둘렀다.

김형국 교수는 ‘갈팡질팡 국토균형개발정책’에서 이른바 ‘행복도시’의 발상법을 추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 18개 중 12개를, 경제부처 모두를 옮기는 것은 헌재가 위헌 판결한 수도이전과 그 내용상 다를 게 없다”면서 “수도권 민심을 달랜다고 동북아 금융 운운”하는 속임수를 쓴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정부의 策士들이 “균형발전이 분업·분산·분권의 三分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한 것”의 허점도 캐고 있다. 먼저 ‘균형’이란 말은 현재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동성 언어이고, ‘분업’이란 말은 현 문명이 ‘분업의 문명’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하나마나 한 말이고, ‘분산’은 지역부자의 배를 불리는 구조가 될 것이며, 결국 ‘사람의 번영’이 아닌 ‘장소의 번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오직 ‘분권’만이 현재로선 나름의 의미를 갖는데 이것은 그간 서울시-행정자치부 간 벌어졌던 ‘건널목’ 싸움을 보건데 결코 현 정권이 분권 정책기조로 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윤혜정 교수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국민임대주택 건설정책의 문제점’에서 그 한계점을 몇가지로 정리해서 지적한다. 우선 도시관리적 측면에서 볼 때 “개발제한구역이 지가가 저렴해서 싼값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단견이라는 것이다. “지가가 저렴하다는 것은 그만큼 개발잠재력이 낮고 토지이용을 위한 각종 기반시설여건이 나쁘다는 것인데, 결국 이를 돌파할 신도시 건설비용을 부담하게 되므로 대지조성비가 더 많이 소요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이 원하는 주택과 국가가 공급하는 주택간의 괴리”현상이다. 주택을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의 부의 격차가 점차 심화되는 시점에서 주거안정은 이뤄지지만 자산의 증식기회를 갖지 못하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점유형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처럼 하나를 처리하면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두더지 게임’식 행정의 근본에는 장기적 시야의 부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윤 교수는 “도시부서나 환경부서가 용적률 규제나 경관규제를 만들어 개발내용을 통제하기나 하고, 도시외곽부에 산재한 임야나 녹지가 이미 훼손되었다는 핑계로 무책임하게 개발”해온 그간의 잘못을 빨리 만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강명구 교수와 이정전 교수는 ‘토지’에 대한 논란의 근원을 들춰내려는 지적 노력을 담고 있어 주목을 끈다. 강 교수는 ‘행정수도이전, 분권, 그리고 균형발전: 또 다른 이야기’에서 “행정수도이전 찬성세력의 균형발전논리, 반대세력의 분권을 통한 경쟁력 강화논리 등 겉으로 드러난 논리는 이해당사자간 실제적 논리구조를 은폐,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는 “집권적 발상”에 몰두하고 있을뿐 아니라, 양 진영 모두 중앙집권 시절에 배태된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 지역주의의 연장선상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해석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비판이다.

이정전 교수는 시장주의, 계획주의, 죠지스트, 마르크스주의 패러다임 등 4가지로 토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분류하고 이들 각각이 합리적 수준에서 토론을 통해 의견을 좁히기엔 현실인식과 세계관에서 너무나 다른 차원에 속해있다는 점을 아주 세밀하고 분석하고 있다. 그의 말은 현재의 담론구조는 “A이면 B이고 B이면 C이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는 식의 논리와  X이면 Y이고 Y이면 Z이기 때문에 저래라 하는 식의 논리 사이의 충돌”이라며 학자들의 이런 소모적 담론투쟁 때문에 정부나 여타 정책입안자들이 학계를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사태를 초래했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