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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음모론’의 긍정성
시각: ‘음모론’의 긍정성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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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도 정체된 담론 권력도 문제

칼 포퍼는 “고통과 재난 등이 어떤 강력한 개인이나 집단의 음모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방식”을 음모론이라 명명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음모론은 대중이 무기력한 원인을 ‘가진 자’에로 귀속시킬 수 있으므로 대중을 쉽게 호도할 수 있는 성격을 띤다. 그리고 이 점이 음모론이 대중의 심리와 맞닿아 있어 가치 판단이나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는 오명을 쓰기 딱 좋은 지점이다.

그러나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사회학)는 음모론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한다. “음모론이란 어떤 사안에 대해 표층의 것만이 아니라 심층의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심리 의존적 설명’과 ‘논리성 결여’라는 애매한 경계를 넘었을 때 발생하는데, 논리성을 갖춘다면 기존 담론 권력의 정체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

김어준은 딴지일보에서 이 ‘음모론’의 긍정성을 정면으로 실천한다. 그는 미국 특허 제도와 섀튼의 특허 출원 일지를 추적해 ‘섀튼의 특허에는 음모가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한다. 이런 음모론 제기의 의도에 대해 그는 ‘우리 편 유감’이라는 또 다른 글에서 “충분히 훈련된 이데올로그들이 황우석의 유명세와 박정희의 권력을, 그때 거론되는 국익과 박정희의 성장주의를, 그 지지자들의 오버와 박정희 지지의 파시즘을 그리도 손쉽게 등치시키는 그 나태한 로직의 관습성에 화가 난다”며 “사건 이면에 작동하는 기득의 역학은 정말 꼼꼼히 따져보기는”했는지 진보 진영 혹은 담론 권력에 묻는다. 

김어준은 그가 제기한 방식의 음모론으로 황우석 논문 조작 행위에 대한 비판 의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일축한다. 그는 “경위야 어떻든 결과적 논문조작의 최종책임은 황우석에게 있다”며 “그러나 그것이 조작의 경위와 그 여러 가능성에 대해 따져보는 것까지 멈춰야 할 이유, 결코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김어준을 비롯한 대중 담론이 만들어내는 이른바 ‘음모론’은 어쩌면 ‘사건의 숨겨진 본질을 파헤치겠다는 음모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발걸음인 만큼 애써 그 발상 전환의 상상력을 억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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