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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명의 비밀을 찾아서…한국인은 일본인과 類似
인간생명의 비밀을 찾아서…한국인은 일본인과 類似
  • 최종순 기초과학지원연
  • 승인 2006.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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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의 현재와 미래(1)인간게놈유전체 연구의 미래상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며 그 해답을 찾고 싶어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아마도 이와 같은 질문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 하는 욕망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자신의 가족사가 요약된 족보를 펼치거나 넓게는 인류역사를 뒤적이거나 인간성에 대해 묘사한 문학작품들을 읽거나 또는 다양한 형태의 수양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생물학자들은 우리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의 기원을 인간 유전정보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의 총체, 즉, 유전체 정보로부터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정의를 또 다른 유물론적 접근 방법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Homo sapiens라는 가장 고등하다고 믿는 한 유인원의 30억 개 염기코드 순서가 적힌 1,000 페이지 분량의 인간게놈북 200권이 이제 우리 손에 쥐여졌다. 왜 과학자들은 이런 엄청난 작업을 시작했을까? 이 정보들로부터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유전체학 또는 포스트 유전체학이라는 21세기 바이오 신학문을 인간게놈유전체를 중심으로 최신 연구현황과 포스트인간게놈 연구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 © www.hgsc.bcm.tmc.edu

인간게놈프로젝트는 1990년 10월 에너지성 (Department of Energy)의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미 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국립인간게놈연구소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의 후원으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당초 목표는 15년 내에 30억 DNA 염기배열의 순서를 모두 밝히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으나 눈부신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보다 2년 빠른 2003년에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진지 정확히 반세기 만에 거의 완벽하게 끝났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인간 게놈 내 약 2만~2만5천개의 유전자를 동정하는데 있지만 이 외에 부가적으로 염기다형성 연구, 비교 유전체학, 기능성 유전체학, 염기서열분석기술 개발, 생물정보 기술개발 그리고 윤리적, 법적,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사회 인문학적 연구 등이 포함된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미국의 유인 달 탐사 아폴로 프로젝트에 버금가는데 총 연구비 30억 달러가 소용되며 연구기간 15년 그리고 18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매머드급 프로젝트이다. 또한, 생물학 분야이외에 화학, 수학, 전산학, 공학 등 다학제적 성격으로서 아직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거대 융합과학이기도 하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숫자상으로는 총, 31억 6,470만개의 A, C, G, T 염기들의 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유전자의 개수는 초기에 8만~14만개를 추정하였으나 현재는 약 2만 5천개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일단 인간 유전자 개수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가장 복잡한 생명체인 인간 유전체의 구성 유전자 개수도 상대적으로 많아야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인간게놈프로젝트 시작 전에 가졌던 지배적인 생각이었으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고 났을 때, 전혀 뜻밖의 사실을 경험한 것이다. 약 2~3조개의 다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을 구성하는 유전자가 2만5천개라는 숫자를 ‘꼬마선충 (Caenorhabditis elegans)’이라고 불리는 단지 959개 세포로 구성된 기생충의 유전자 개수인 1만6천개와 비교하자 인간 유전자 개수의 3분의 2나 차지한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가장 고도로 진화되고 복잡하다는 증거를 어디에서 찾을 수가 있단 말인가? 과학자들은 한동안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또한, 인간게놈연구를 통해 안 사실은 50%이상의 유전자 기능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며 유전체의 2%에 해당하는 염기서열만이 단백질을 코딩하고 있으며 나머지 98%는 단백질을 만드는 부위와 상관없는 소위 ‘정크 DNA’이며 그 중 약 50%는 2~4개의 염기서열이 무수히 반복되는데 아직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아마도 진화상의 흔적이거나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구로 사용되지 않을까하는 추정뿐이다. 인간게놈연구와 별도로 개별 인간게놈 유전체의 부분적 서열분석을 통해 약 1백 4십만여 개의 단일염기다형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 부위를 확인하여 개인별 SNP를 질환과의 상관성에 대한 집단유전학적 연구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였다. 실제로 이러한 SNP 연구는 1999년 4월에 콘소시움 형태로 구성되어 콜드스링하버연구소와 하이트헤드, 생거, 오키드, 셀레라 등, 국립 또는 민간 연구소가 참여하여 SNP 발굴을 개인 맞춤형 약물개발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SNP 연구를 추진하는 이유는 개인 간의 단일염기다형성이 0.1% 내외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개인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성의 차이에서 기인할 것으로 믿고 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는 진통제인 아스피린 약물도 1만 명당 1명꼴로 부작용을 나타내는데 이것은 아스피린의 감수성과 관련된 유전자 또는 그 유전자 발현에 관련된 SNP 특징에서 유래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인간 유전자차이 지도 (SNP Haplotype Map)를 지난 2005년 7월호 ‘네이처’지에 소개되었는데 백인, 황인, 흑인 등, 총 269명의 100만개가 넘는 SNP의 상세한 지도를 조사하여 심장병이나 암, 당뇨, 천식 등에 관련된 유전자를 탐색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여 질병 진단과 예측 및 치료법 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완성 이후에 침팬지 염기서열분석도 최근 일부 완성되어 인간과 침팬지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인간은 원숭이와 어떻게 달리 진화해 왔는가?”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일부 풀어주었다. 2003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인간과 침팬지 DNA는 평균 1.2%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7,654개 침팬지 유전자를 인간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인간에서 특이적으로 진화해 온 특징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골격구조를 결정하는 유전자 변이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 침팬지와는 다르게 인간 유전자에는 청각 유전자들의 변화가 관찰되어 언어사용 능력과의 관련성을 유추할 수 있었으며 아미노산 대사 관련 유전자의 변화는 육식성 식생활 변화와 후각 유전자의 발달로 배우자 선택 등이 침팬지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인간과 침팬지는 약 500만 년 전 공동의 조상에서 갈라져 인간은 1,547개의 유전자, 침팬지에서는 1,534개의 유전자가 각각의 서로 다른 유전적 변화 과정을 격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8,333개의 SNP를 조사하여 미국 SNP 데이타베이스와 비교한 결과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간에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였다. 한국인은 중국인보다 일본인과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는데 서양인과 0.1% 차이에 비해 0.00586%의 미세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러한 0.00586%의 미세한 유전적 차이가 한국인만이 갖는 유전적 특징으로서 수 천년간 자연 환경과 인접 민족과의 유전적 혼합과정을 거쳐 형성된 ’한류 DNA'일 지도 모른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베살리우스에 의한 인체의 해부를 통해서 시작된 환원적 생물학 연구방식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460여 년간이나 지배해 온 과학적 접근 방식은 ‘인간’이란 생명체 개체 단위에서 조직으로 다시 세포로 쪼개 들어가 단백질, DNA 그리고 구성 분자와 원자로 한없이 미세 구조로까지 살펴보는 것이지만 여전히 그 의미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유전적, 화학적 부호들만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이제 생물학 연구는 인간게놈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크릭의 ‘중심 도그마’ (유전자에서 RNA에서 단백질 합성)와 단백질 네트워크 그리고 세포 전체로 이해하려는 통합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유전자 개수로부터 인간의 숭고함을 찾을 수 없었던 인간들은 이제 세포내 실질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 합성으로의 다양성이 유전자 개수의 40배에 이르는 약 1백만 개로 발전하는 데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또한, 단백질 당 상호작용 개수도 최근 모델 생명체인 효모의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 분석결과 적어도 5~50개의 기능적 연관관계를 확인하여 세포내 제한된 2만5천여 개로도 1,000배 이상의 세포의 복잡계를 그려 낼 수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생명 현상을 규명하기 위한 포스트게놈연구가 시작된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유전체가 단순히 생명의 청사진이면서 정적인 생명정보 형태라면 단백질의 총 집합체인 ‘단백체’는 생명의 구조적 기능적 단위 분자로서 생명현상의 스냅 사진과도 같아 세포가 겪는 환경변화라든가 세포의 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세포의 실질적인 순간 표현이다. 세포내에서 발현되는 단백질들의 동적인 변화를 연구하는 신학문이 바로 ‘단백체학’ 또는 ‘프로테오믹스’이다. 단백체학은 약 1백만개에 달하는 미지의 인간 단백질들을 동정하고 그 성상을 연구하는 실질적인 기능 유전체학의 중심 무대이기도 하다. 1990년 초 결성된 인간유전체연구기구 (Human Genome Organization, HUGO)에는 한국이 유전체 기술의 열세로 인하여 조기 참여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2001년 인간단백체연구기구 (Human Proteome Organization, HUPO)에서는 한국의 숙련된 분석기술과 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국제무대에 당당히 참여하여 단백체연구를 통한 인간 질환관련 바이오마커 발굴에 관련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어서 많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초기 15년이란 연구기간을 2년이나 앞당길 수 있었던 원천은 바로 염기서열분석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기인한다. 초기에 형광염료로 표지된 DNA 단편을 레이저로 측정하는 젤 형태의 염기서열분석기술에서 모세관 방식으로 발전되고 지금은 나노기술까지 등장하여 분석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시키고 있다. 한 인간 유전체의 모든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총 30억 달러가 투입된 지난 15년과는 달리 머지않은 장래에 이제는 개인의 게놈분석비용을 1천 달러에 수 일안에 해독하는 시대가 곧 다가 올 것이다. 이러한 개인게놈프로젝트 (Personal Genome Project)가 현실화되면 이제는 개인 유전질환에 대하여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며 자신의 유전적 가계도를 디지탈 숫자로 촌수를 따질 것이며 자신이 속한 회사의 경영자들은 개인 유전자 염기정보로부터 조직의 적합성 또는 위험성을 예측할 것이며 보험회사는 개인 유전정보를 손에 넣어 그들의 이익을 최대한 창출하려는 유전자 전쟁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개인 유전자 정보는 휴대용 게놈칩을 목에 걸고서 우리는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될 것 같은 유토피아 세상을 꿈꾸지만 개인 유전자를 통제하려는 조지오웰이 예언했던 ‘동물농장’에서처럼 빅브라더가 출현하는 디스토피아 세상이 될 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각 자의 게놈정보를 각자의 손에 놓여주면 이제 과연 우리는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다’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아직 가보지 않은 인간게놈유전체의 미래의 모습에 대해 우리는 판도라 상자에 남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있다.

 

최종순/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남세균 Synechocystis sp. PCC 6803의 주광성 활주운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저로는 '단백질과 숨바꼭질 놀이: Proteome Localization', '주파수 835-MHz가 생쥐 흉선 림파종 L5178Y Tk+/- 세포의 염색체 DNA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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