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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현대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언
1984, 현대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언
  • 배지우
  • 승인 2022.09.0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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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웰 | 편역 : 뉴트랜스레이션 | 도서출판 정독

『1984』는 조지 오웰이 투병 중에 집필한 소설로, 생애 마지막 소설이다. 전 세계 65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로 선정되었고, 하버드생의 스테디셀러 목록 도서 1위로도 알려졌다.

조지 오웰이 1949년에 발표한 『1984』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친의 『우리들』과 더불어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올더스 헉슬리는 조지 오웰을 가르쳤던 프랑스어 교사였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스탈린이 통치하던 구소련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으며, 가상의 나라 오세아니아가 그 배경이다.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등 세 개의 권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들 나라는 영구적인 전쟁을 벌인다. 전쟁을 멈추면 국민을 통제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독재 정권 치하에서 사람의 품격은 실종되고, 서로 간의 유대를 불러오는 감정이 공포로 돌변한다. 언어와 문학이 정치의 도구로 쓰이는 소설 속의 정부는 파시스트 독재 정권, 또는 사회주의 독재 정권으로도 읽힐 수 있다. 

오세아니아의 지배자인 빅 브라더는 초월적 권력자이다. 내부당원의 입을 통해 ‘빅 브라더가 당이요, 당이 곧 빅 브라더’라고 하는 것을 보면 빅 브라더는 실존하지 않거나 실존하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당의 프로파간다를 위한 상징적인 존재일 수 있다.

당원이 사는 집에는 '텔레스크린'이라고 부르는 송수신이 가능한 감시 기계가 있다. 이 기계는 함부로 끌 수가 없고, 소리를 조금 낮출 수는 있다. 당원이 아닌 하층 노동자들은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받지는 않지만, 당국의 우민화 정책에 따라 저급한 소설과 노래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당은 체제 유지를 위해 텔레스크린 외에도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한다.

오세아니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처음부터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다 보니 이러한 사회 체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국가는 제도적으로 아이들을 야만인으로 길들여, 당의 강령에 어떤 반발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깃발을 들고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기, 모의 총쏘기 연습, 빅 브라더 숭배 등은 영광스러운 놀이이다. 그러다 보니 서른을 지난 부모들이 자식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정부의 선전에 필요한 각종 인쇄물을 정정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정맥류성 궤양을 앓고 있는 그는 서른아홉의 나이에 떼어버릴 수 없는 아내와 별거 상태에 있다. 그런데 그의 눈빛에서 반골 성향을 알아낸 여성 당원 줄리아가 접근해 온다.

두 사람은 텔레스크린을 피해 금지된 사랑을 나누고, 금서로 지정된 책을 읽는다. 그들은 당이 인간의 말과 행동을 통제하더라도 마음만은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당의 전복을 꾀하지만, 함정에 빠지고 만다. 윈스턴과 같은 기록부에서 일하며 이중사고를 가졌다고 느꼈던 오브라이언에게 말려든 것이다. 

윈스턴은 모진 고문과 세뇌를 받은 끝에 연인마저 배반하고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결국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라는 말을 한다.

사상경찰에 체포되기 전에 줄리아는 윈스턴에게 ”그들은 당신의 마음마저 지배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고, 윈스턴도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윈스턴은 줄리아를 배신한다. 결국 그는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모조리 말살당하고, 당이 바라는 인간성으로 채워진다. 이는 곧, 영사가 건드릴 수 없다고 믿었던 윈스턴의 자아를 끝내 당의 입맛에 맞게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한 줄로 함축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유럽의 마지막 인간으로, 전체주의 사회에서 희생되는 패배자다. 그가 열망하는 것은 과거나 미래, 어디를 향하든 사고가 자유롭고, 저마다의 생각이 다름이 인정되며, 서로 고립되어 살지 않는 세상이다.

이 책은 흔한 가상 공상 소설들이나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과는 구별된다. 어빙 하우는 1984는 “현대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언”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바로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의 디스토피아적 면모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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