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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같지 않은 봄
봄 같지 않은 봄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6.03.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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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화여대·동덕여대 유감

春來不似春. 요즘 이화여대와 동덕여대가 봄 같지 않은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외부에서 느껴지는 두 대학 체감온도는 겨울과 다름없다. 학칙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학생징계규정을 둘러싸고 이화여대 측과 총학생회 사이에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은 이화여대 일부 학생 모임과 학생처가 붙인 성명서와 반박문. © 이민선 기자

개강 초부터 등록금 동결과 대학구조개혁 반대를 주장해 온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요즘 학생징계규정 철회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이화여대가 제정한 학생징계규정이 학생들의 입을 틀어막는 ‘학내보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이 특히 반발하는 내용은 제2조 5항. 규정에 따르면 “불법행사를 개최하거나 허가 없이 게시물을 부착하는 행위를 한 학생”은 징계를 받아야 한다. 대자보도 허락받고 붙이라는 것.

이화여대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학생처는 지난달 20일 “학생징계규정은 징계의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고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자의적으로 집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 “학생자치 활동의 탄압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학교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학생징계규정은 이화여대 학생 사회에서 두려운 존재가 됐다. 총학생회를 비롯해 대학구조개혁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징계규정 때문에 학생들이 구조개혁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교수가 학생징계규정을 언급하며 학생들을 ‘걱정’해도 학생들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동덕여대 역시 학칙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반박기사 게재를 둘러싸고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동덕여대 측과 학보사 기자 간의 팽팽한 대립은 1월 23일 학보사 기자 16명의 ‘자격상실’로 끝이 났다.

동덕여대 측은 “기존 학보사 기자들이 총장의 임명을 받지 않은 채 기자직을 수행해왔고, 일부 기자들의 경우 평균평점 2.5 이하여서 자격상실이 될 수밖에 없었고, 지난 1월 기자들과의 면담을 두 번이나 시도했으나 모두 거부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前 학보사 기자들은 1월 1일부터 적용된 학보사 규정이 학생기자들과 상의 없이 진행돼 면담을 거부한다며 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흥미롭게도 최근 두 대학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학생들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학칙 때문에 촉발됐다. 징계보다는 학생보호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는 이화여대 측의 설명이 학생들에게 납득되지 않은 것도, 前 동덕여대 학보사 기자들이 ‘자격상실’이 아닌 ‘해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실망이 큰 것은 두 대학이 어느 대학보다 민주적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화여대는 민주화 투쟁의 대모로 불리는 신인령 총장이 이끌고, 동덕여대는 기나긴 홍역을 앓은 뒤 학내 민주화를 이뤘다. 언제쯤 대학에 민주의 가치가 내면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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