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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괴롭히는 악성 알츠하이머, 정복의 길 열리나
인류 괴롭히는 악성 알츠하이머, 정복의 길 열리나
  • 최승우
  • 승인 2022.08.26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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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연구팀, 단백질 응집체 제거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
퇴행성 뇌 질환·자가 면역질환 치료에 폭넓게 응용될 전망

세포 포식작용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응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응집체(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새 치료제가 개발됐다.

카이스트는 생명과학과 김찬혁, 정원석 교수 공동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기존의 단백질 응집체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치료효과가 불확실하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를 제작한 것이다. 또한 해당 접근법은 향후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상실과 인지장애를 동반하는 노인성 치매의 대표적 원인이다. 최근 국내 언론에 잘못 알려진 바와는 달리,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 (비정상적으로 39~43개의 아미노산으로 잘려진 아밀로이드 조각들의 응집체)에 의한 시냅스 손상과 세포 독성으로 발병한다는 것이 학계 및 의료계의 정설이다. 이러한 정설에 의구심이 일었던 것은 아직까지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성공적으로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기반 치료제인 아두헬름이 사상 처음으로 알츠하이머병의 근원 치료제로써 2021년 6월 미국에서 FDA 승인이 이뤄졌으나, 치료 효과 및 부작용에 관한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아두헬름과 같은 항체 기반의 치료제를 처방받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부작용은 뇌 부종 및 뇌 미세혈관출혈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뇌 염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 이는 항체 기반 치료제들이 면역세포에서 발현되는 Fc 수용체를 통해 필연적으로 염증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Fc 수용체는 면역세포가 항체에 의한 포식작용(세포가 고형 물질을 섭취하여 소화하는 과정. 다른 세포들, 세균, 죽은 세포 일부, 외부 입자 따위가 그 대상이다)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방지하면서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제거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알츠하이머 병 치료의 목표였다. 

우리 몸에는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 세포들을 제거하기 위한 특수한 포식작용 경로가 존재하는데, 연구팀은 이에 관여하는 Gas6라는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융합단백질을 제작했다. 실험을 통한 결과는 놀라웠다. 이 융합단백질(anti-Abeta-Gas6)이 뇌 안에서 선택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함과 동시에 염증반응을 오히려 억제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기존 항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전의 단백질 치료제를 디자인함으로써 해결한 것이다. 

(왼쪽부터)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김찬혁 교수, 정원석 교수, 이세영 석박사통합과정, 정현철 박사. 사진=카이스트

Gas6 융합단백질을 주입한 알츠하이머 질병 쥐 모델에서는 손상된 인지능력 및 기억력이 항체 치료제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결과도 확인했다. 추가로 기존의 항체 기반 치료제를 처방받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나타났던 부작용인 뇌 미세혈관 출혈도, Gas6 융합단백질을 주입한 알츠하이머 질병 쥐 모델에서는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을 연구팀은 증명했다. 때문에 이는 새로운 형태의 작용기전을 적용한 최초의 알츠하이머 질병 치료제이며, 이러한 형태의 치료제는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및 자가 면역질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많은 항체 기반 치료제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뇌 조직 및 혈관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올바른 방식으로 청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Gas6 융합단백질을 통해서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염증반응 없이 청소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낮을 뿐만 아니라 높은 인지기능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정현철, 이세영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Nature Medicine)』 지난 4일 자 온라인 출판됐다. 카이스트 글로벌 특이점 사업(프렙과제) 및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KDRC, 단장: 묵인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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